파네토네 vs 판도로

당신의 크리스마스 식탁엔 무엇이 오르나요?

2025-12-01     아츠앤컬쳐

[아츠앤컬쳐]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탈리아 전역은 두 개의 달콤한 진영으로 나뉜다. 이 유서 깊고 맛있는 '전쟁'은 단순한 디저트 논쟁 그 이상이다.

12월,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나 피렌체의 두오모를 밝히는 화려한 조명보다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더 뜨겁게 달구는 것이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식탁의 대미를 장식할 단 하나의 '빵'을 고르는 진지한 논쟁이다.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는 사실상 이 두 거인의 대결로 완성된다. 밀라노의 전통 강자 ‘파네토네(Panettone)’와 베로나의 빛나는 별 ‘판도로(Pandoro)’가 그 주인공이다.

‘파네토네’는 북부 롬바르디아주,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탄생했다. 둥근 돔(Cupola) 형태의 이 빵은 겉보기엔 투박하지만, 속살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향기롭다. 이스트와 버터, 계란으로 오랜 시간 발효시킨 반죽에 설탕에 절인 오렌지, 레몬 껍질과 건포도가 넉넉하게 박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일 조각’들이야말로 파네토네의 정체성이자,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어떤 이들은 이 쫄깃하고 향긋한 과일이 없으면 진정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또 어떤 이들(주로 아이들)은 빵 속의 건포도를 몰래 골라내기 바쁘다. 파네토네는 보통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 한 잔과 곁들이거나, 달콤한 마스카포네 크림을 듬뿍 발라 먹는다.

이에 맞서는 ‘판도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가 고향이다. 이름(Pan d'Oro)부터 ‘황금 빵’이라는 뜻을 지닌 이 빵은 그야말로 순수함의 결정체다. 8각의 별 모양 틀에서 구워내 겉모습부터 화려하며, 파네토네와 달리 속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오직 버터와 계란, 바닐라의 풍미가 극대화된, 케이크에 가까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판도로를 즐기는 의식은 신성하기까지 하다. 빵과 함께 동봉된 슈가 파우더 봉지를 개봉해, 빵이 담긴 비닐 포장 안에 털어 넣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신나게 그 봉지를 흔든다.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 알프스 산맥에 하얗게 내린 첫눈처럼 빵 전체가 순백의 가루로 뒤덮일 때, 비로소 판도로는 완성된다.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이 두 빵을 두고 즐거운 설전이 벌어진다. “파네토네의 저렴한 촛농 같은 과일 조각은 질색이야!”라는 판도로 파의 공격에, 파네토네 파는 “속이 텅 빈 판도로는 그냥 버터 케이크일 뿐, 전통이 없지!”라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이 ‘달콤한 전쟁’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어떤 빵을 자를지 행복한 고민을 나누는 것, 그리고 와인 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조각을 맛보는 그 순간이야말로 이탈리아 ‘나탈레(Natale, 크리스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파네토네든 판도로든, 한 해의 가장 따뜻한 날을 축복하는 가장 달콤한 상징인 셈이다.

 

글 ㅣ 김수정

(주)파인푸드랩 대표 | 한국식음료세계협회 회장 |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멘토 12년 경력의 식품 개발 전문가, 한식진흥원 및 다수 기업/지자체 레시피 개발 및 강의 이력 chefcrysta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