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압 누르 이크람

Nayab Noor Ikram

2026-01-01     아츠앤컬쳐
Nayab Noor Ikram, The Family, 16mm colour film (transferred to 2K), single-/two-channel video.Installation view, Finnish Pavilion, Gwangju Biennale 2024

[아츠앤컬쳐] 필자는 네이압 누르 이크람(Nayab Noor Ikram)의 작업을 서로 다른 제도적 맥락에서 몇 차례 다시 보게 되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핀란드 파빌리온 작가로 소개되었을 때, 그리고 올해 도쿄 아트위크에서 전시를 통해 다시 마주쳤을 때였다. 같은 작업이었지만, 작품을 둘러싼 공기와 독해는 분명히 달랐다. 이크람의 대표작 ‘The Family’는 제목과 달리 정서적 유대나 향수의 서사를 다루지 않는다. 이 작업에서 가족은 개인이 가장 먼저 규범과 역할을 학습하게 되는 구조로 등장한다. 보호의 공간이라기보다, 말해지지 않은 규칙과 위계가 가장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작가는 이 구조를 고발하거나 비판의 언어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는지를 낮은 톤으로 드러낸다. 누구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역할들이 반복되고 유지되는 방식 자체가 작업의 핵심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The Family’가 놓이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광주에서는 집단 기억과 세대 간 서사, 역사적 경험의 층위 속에서 해석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도쿄에서는 개인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수행하는 역할,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얼굴(persona)에 대한 이야기로 더 많이 읽혔다. 이는 Ikram의 작업이 특정 문화권에 고정되지 않고, 각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구조를 건드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하기보다, 관객 각자가 이미 속해 있는 구조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질문하지 않았던 가족이라는 시스템을 잠시 멈춰 바라보게 하며, 그 이야기가 특정한 누군가의 서사가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의 문제일 수 있음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