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시나와 바다 Alfonsina y el mar
바다에 잠든 고독의 시
[아츠앤컬쳐] 아르헨티나 포크 음악의 정수라 불리는 ‘Alfonsina y el mar’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한 예술가의 비극적인 삶에 바치는 헌사이다. 이 곡은 20세기 아르헨티나의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인 알폰시나 스토르니(Alfonsina Storni)의 마지막 여정을 담고 있다. 잔잔한 기타 선율 위로 흐르는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목소리는 그 여정을 기리는 한 편의 시와 같다.
1969년, 아리엘 라미레스(Ariel Ramírez)와 펠릭스 세사르 루나(Félix César Luna)는 알폰시나 스토르니의 비극적 죽음을 노래로 만들었다. 오랜 투병 끝에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의 차가운 바다로 걸어 들어간 그녀를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가사를 쓴 세사르 루나의 손에서 그녀의 운명적 선택은 웅장하고 슬픈 서사시로 승화되었는데, 이는 고독과 투쟁으로 점철된 그녀의 생에 대한 애도였다.
실제로 그녀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며 글을 썼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의 시각으로 사랑과 욕망을 노래한 선구자였다. 만년에 암으로 고통받던 그녀는 1938년 10월, 46세의 나이로 마지막 시를 타이핑한 후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세사르 루나는 이 슬픈 결말을 ‘바다와의 합일’로 승화시켜, 바다를 냉혹한 죽음이 아닌 영원한 안식의 요람으로 묘사했다.
“바다가 핥는 부드러운 모래 위로 그녀의 작은 발자국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고통과 침묵의 오직 한길만이 깊은 물까지 이어졌네. 소라의 속삭임이 그녀를 불렀고, 깊고 어두운 곳에서 조가비의 노래가 울려퍼졌네... (중략)
백 마리의 하얀 말들이 물거품으로 그녀를 데려갔네. 비단 날개를 가진 천사가 마침내 그녀를 품에 안았네.”
라미레스는 느리고 서정적인 리듬을 구현하여,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듯 애잔하고 규칙적인 선율을 만들었다. 이 위에 소사의 깊고 담백한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곡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인생의 고독과 허무를 관조하는 명상으로 변모했다. 소사의 노래에는 테크닉보다는 감정이 극대화되었는데, 그 울림은 아르헨티나의 대지처럼 광활한 애상으로 가득했다.
‘Alfonsina y el mar’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의 전통 춤곡 리듬을 기반으로 잠바 칸시온(Zamba Canción)의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춤의 성격보다는 서정적 노래(칸시온)의 분위기를 더 짙게 드러낸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노래는 알폰시나가 갈망했던 ‘바다로의 회귀’를 영원하고 평화롭게 묘사했다.
‘Alfonsina y el mar’는 소사의 상징적인 버전을 넘어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스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는 맑고 섬세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알렸고, 이스라엘의 재즈 베이시스트인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은 재즈 형식으로 지적인 고독을 표현했다. 포르투갈의 둘세 폰테스(Dulce Pontes)는 파두 특유의 깊은 한을 담아냈으며, 스페인의 실비아 페레스 크루스(Sílvia Pérez Cruz) 역시 곡에 현대적 감성을 녹여냈다.
이처럼 장르와 국경을 넘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곡에 매료된 이유는 노래가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고독과 숙명을 마주하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노래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운명적인 고통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한 안식을 동시에 응시하게 한다. 우리가 삶의 무게와 고통 가운데 싸우고 있을 때, 이 노래는 차가운 바다의 푸른 침묵 속에 잠든 시인을 투사하며, 고통의 끝에서 가장 고요한 언어로 깊은 위로를 건넨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