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미국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2026-01-01     아츠앤컬쳐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아츠앤컬쳐] 휘트니 미국 미술관은 뉴욕의 유명 갤러리가 즐비한 첼시 거리와 미트패킹 지구에 인접해 있으며 하이라인 파크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하이라인 파크는 도심을 지나는 고가도로 형식의 폐철길을 이용해 만들어진 산책로다. 다양한 건축물, 벽화, 조각 등을 감상하며 산책하는 색다른 경험과 곳곳에 있는 휴식 공간이 도심 속의 여유를 제공한다. 옛 도축장 지역을 명품과 카페, 바, 레스토랑 거리로 탈바꿈한 미트패킹 지구 또한 매력적인 곳이다. 옛 정취가 남아있는 건물과 현대가 묘하게 어우러져 힙한 감성이 느껴진다. 미술관을 포함한 그 주변은 맨해튼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 예술의 명소다.

휘트니 미국 미술관

철도 사업가 밴더빌트 가문의 자제였던 거트루트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에 의해 1931년에 개관된 미국 미술 전문 미술관이다. 1966년에 완공한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메디슨 에비뉴에 위치했던 이 미술관은 소장품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2015년 렌조 피아노에 의해 설계된 9층 건축물인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Edward Hopper, Early Sunday Morning, 1930

휘트니 여사는 20세기 초 주요 미술관이나 화상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미국 미술의 발전에 힘썼다. 가난한 젊은 화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등 젊고 진보적인 미국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1932년부터 ‘미국 현대 회화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미국의 뛰어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데 많이 기여했다.

이 미술관은 휘트니 여사의 소장품 700여 점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3,000여 작가의 20,000점이 넘는 미국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금도 휘트니 미술관은 비엔날레 등을 통해 주로 살아있는 작가, 그 중 잠재력이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며 미국 미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Robert Henri, Gertrude Vanderbilt Whitney, 1916

상설 전시실인 7층에는 20세기 초중반의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로버트 헨리(1865~1929)의 1916년 작품인 휘트니 미술관의 설립자 ‘거트루트 밴더빌트 휘트니’의 초상화가 눈에 띈다. 당시의 여성상과는 다른 분위기의 주체적이고 당당함이 느껴진다. 로버트 헨리는 20세기 초 미국 예술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화가로 미국 사실주의(애시캔파)를 이끌었다. 같은 공간에 그의 제자였던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들이 함께한다. 일상적인 장면을 우수와 쓸쓸함, 공허함을 담담히 그려낸 호퍼의 작품들은 휘트니 미술관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퍼 사후, 유족은 무명이었던 그를 알아봐 준 휘트니 미술관 측에 감사의 표시로 2,5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다고 한다.

연이어 20세기 초 애시캔파 작가들의 거친 현실 또는 서민의 애환을 소재로 한 미국 사실주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이야말로 휘트니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외에 워홀, 리히텐슈타인, 바스키아, 고르키, 로스코, 라우젠버그, 올덴버그, 오키프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쪽 테라스에는 이사무 노구치의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조각들이 서 있다.

Marisol, Women and Dog, 1963-4

계단을 내려오면서 들른 5층은 60년대의 미국 예술 중 학문적으로 재평가하여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띤 100여 명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기획한 전시실이다. 그 중 루이스 부르주아, 에바 헤세, 주디 시카고 등이 함께 있는 공간이 발길을 붙든다. 여러 전시실의 많은 작품들 중 ‘여인과 강아지’란 조각품이 눈에 띈다. 마리솔 에스코바(1930~2016)의 작품으로 박제한 강아지 머리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팝아트에 큐비즘적 요소가 엿보이는 독특한 조각품이다.

좋아하는 작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실물로 접하면서 받는 감동은 필자의 미술관 여행의 이유이다. 게다가 잘 알지 못하고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만나 매료될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휘트니 미술관은 후자의 가능성에 더욱 의미를 두는 곳이란 생각을 해 본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