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사진과 회화의 경계성을 허물다
[아츠앤컬쳐] 파리 블로뉴 숲 아클리마티시옹 공원에 있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현대 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 2025년 10월 17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미술관의 공간을 전부 사용하여 그의 1962년부터 2024년까지의 작품 약 275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21세기 미술계의 스타로, 경매시장에서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그는 화려하지 않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보다는 진지함과 차분함, 무게감 속에서 그의 창작혼은 조용히 빛을 발한다. 전시장 한켠에서 그의 작업 일상을 담은 영상이 상영 중이었는데 화면 속 거장의 모습은 지극히 소탈하고 여유 있어 보였다.
리히터는 1932년 당시 동독인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 중 상당수는 나치에 시달렸다. 이후 그의 가족들은 베를린 장벽 설치 이전에 서독의 뒤셀도르프로 이주하였으며 그는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초월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업은 빛에 초점을 두고 있다. 렘브란트와 같은 17세기 거장의 작업과도 공통점이 보인다. 침묵 속의 촛불, 조명이 번져 빚어내는 빛을 그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빛을 머금은 유화가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의 작업 방식을 보면, 직접 회화 작업에 착안하기를 피하고 사진이나 뎃생과 같은 중간단계에 붓이나 스패튤러를 활용하여 새로운 창작세계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촛불”, “소녀의 프로필”, “계단을 내려오는 여인”을 선호한다.
미술관을 방문한 독일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리히터는 독일인들의 자랑이라고 한다. 그녀는 현재 파리에서 프랑스어 어학연수 중인 20대 독일 여성으로, 부모님도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을 각각 전공하셨는데 두 분 모두 리히터에 대한 예찬과 존경심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에 있었던 영국작가 데비드 호크니 전시에 이어 곧 100세가 될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방대하고 특별한 이번 전시가 파리지앵들은 물론 유럽 근교에서 몰려드는 관람객들까지 모두 흡족하게 하고 있다. 럭셔리 기업의 총수가 오랫동안 각별한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다수 수집해왔으며, 이는 이번 전시에 특별한 활기를 불어넣었고, 더불어 기록적인 작품 수와 작품 소장처 또한 큰 화제가 되었다.
글, 사진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