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이라는 무대, 내면이라는 장면: 정은지의 은유
[아츠앤컬쳐] 욕실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동시에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는 몸과 마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은지의 작품 <BATH ROOM2022>은 이 일상적 공간을 하나의 심리적 무대로 전환시킨다. 화면 속 인물은 거울 앞에 서 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외형의 반사가 아니라 분열된 내면의 이미지다.
작품은 만화적 윤곽선과 평면적 색면을 사용한다. 이는 팝아트 이후의 시각 언어를 연상시키지만, 대중적 소비보다는 개인의 심리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작품이 핑크 플로이드의 바이닐 앨범(Pink Floyd, “Wish You Were Here”1975)이미지를 참조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핑크 플로이드가 음악을 통해 구축해 온 고립, 불안, 자아 분열의 정서는 이 그림에서도 시각적으로 번역된다. 차가운 블루 톤의 공간과 왜곡된 거울 이미지는 현실과 의식의 경계를 흐리며, 관람자를 내면의 방으로 끌어들인다.
영국 골드스미스에서 수학한 작가의 배경 역시 읽힌다. 결과보다 개념을 중시하는 태도, 서사적 이미지 속에 질문을 숨기는 방식은 이 작품을 단순한 회화가 아닌 사유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욕실은 씻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를 응시해야 하는 장소가 된다.
정은지의 <BATH ROOM>은 묻는다. 우리는 거울 앞에서 과연 누구를 보고 있는가?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