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네치타
Cinecittà
[아츠앤컬쳐] 지난 12월 초, 이탈리아 루치아 보르곤조니 문화부 차관과 함께 내한한 치네치타(Cinecittà) 안토니오 사코네(Antonio Saccone) 대표를 한남동 이탈리아대사관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다가 1986년 로마 유학시절에 치네치타에서 〈마지막 황제〉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었다고 했더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함께 하셨군요’하면서 반가워했다. 치네치타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료를 찾아봤다.
치네치타는 유럽 영화사의 핵심 현장으로, 유럽의 할리우드라 불릴 만큼 중요한 영화제작소이다. 1937년,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 시기에 국가적 선전 영화 생산을 목표로 로마 남동부에 건설된 치네치타는 ‘영화의 도시(Città del cinema)’라는 뜻인데 초기에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를 홍보하는 영화 제작이 중심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점령과 연합군의 폭격으로 시설이 크게 파괴되었고 전쟁 후에는 난민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1945~1948년부터 영화 스튜디오로 사용되었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등이 활동했던 당시에는 네오리얼리즘 작품들이 주로 야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기 때문에 치네치타 시설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1950~1960년대에 유럽의 할리우드로 황금기를 맞아 미국 제작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초호화 세트가 만들어졌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벤허〉(1959), 〈클레오파트라〉(1963)가 이곳에서 제작되었고, 〈로마의 휴일〉(1953)도 로마가 촬영 중심이었지만 치네치타에서도 일부 촬영했다. 이 시기에 치네치타는 국제적 제작 중심지로 성장하며 수많은 명배우와 감독들이 드나들었다.
1970~1990년대에는 텔레비전의 출현과 세계 영화산업의 구조 변화로 제작량이 감소하면서 침체기를 맞았고, 이탈리아 국내 경제 문제와 국제 자본 축소로 쇠퇴기에 이르렀지만 페데리코 펠리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거장 감독들은 치네치타를 계속 사용했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대규모 현대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HBO, BBC 등 해외 방송과 OTT 제작사가 치네치타를 사용했고,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와 민간 투자로 시설 확장이 진행 중이다. 또한, 세트·후반작업·특수효과 시설이 강화되어 유럽 최대 규모 스튜디오 중 하나로 재부상하고 있고 세계 영화·드라마·광고 제작의 허브로 자리 잡는 중이다.
글 | 전동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