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물건이 아니라 사건(event)이다
[아츠앤컬쳐] 20여 년 전, 나는 한강을 바라보며 하나의 상상을 품고 있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들 사이로, 또는 한강의 수면 위에서 춤을 추고, 몸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서울은 훨씬 더 유니크하고, 삶의 활기가 살아 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 한강을 경험하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건너가거나, 일부 한정된 공간에서만 걸을 수 있을 뿐, 강 자체를 ‘몸으로 체험하는 장소’로 인식하기는 어려웠다. 나의 상상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고, 그래서 한동안은 그저 개인적인 공상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상상이 이미 현실이 되어 전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Christo와 Jeanne-Claude라는 예술가 부부의 작업을 통해서였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퐁네프 다리를 거대한 천으로 감싸는 그들의 프로젝트는, 건축물을 가림으로써 오히려 그 존재와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형태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기능이 아니라 기억이었고, 익숙한 풍경은 낯설어지며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작업은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나는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이후 그들의 작업은 스위스의 한 호수로 확장되었다. 섬과 섬 사이, 물 위에 설치된 길을 따라 사람들이 직접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대지미술 프로젝트는, 자연을 배경이 아닌 ‘체험의 장’으로 전환시켰다. 걷는 행위 자체가 작품이 되었고, 공간은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의 장소가 되었다.
그들의 작업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그 근원을 찾아보던 중, 나는 Christo의 1961년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다. 단순한 사물 하나를 천으로 감싸고 묶은 작업. 그 앞에서 문득 깨달았다. 전 세계를 감싸고, 도시와 자연을 가로지르던 그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이렇게도 조용하고 단순한 행위였다는 것을.
〈Empaquetage sur une table [Package on a Table]〉(1961)는 Christo가 1960년대 초기에 제작한 초기 ‘포장(Wrapping)’ 연작 가운데 하나이다. 일상적 가구인 테이블 위의 사물들을 천과 끈, 로프로 단단히 감싸 묶음으로써, 사물의 본래 기능과 사용성을 차단하고 형태·부피·존재감만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사물이 “보이지 않게 됨”으로써 오히려 “강하게 인식되는” 역설을 실험하고 있다. 감싸진 표면의 주름, 매듭의 긴장, 무게의 불균형은 시각적 리듬을 만들고, 관람자는 더 이상 ‘테이블 위의 물건’이 아니라 시간·노동·행위가 응축된 하나의 조형적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사물을 감싸는 일. 가리는 행위. 그러나 그 가림 속에서 오히려 존재는 더욱 또렷해지고, 우리는 익숙함 속에 묻혀 있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