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무 노구치 가든 뮤지엄
The Isamu Noguchi Garden Museum
[아츠앤컬쳐] 뉴욕시는 맨해튼을 비롯하여 위쪽의 브롱스, 롱아일랜드의 퀸즈와 브루클린, 그리고 스태튼 아일랜드 이렇게 5개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맨해튼에서 이스트강 건너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퀸즈로 향한다. 뉴욕 방문 때마다 접근성을 이유로 미루어왔던 이사무 노구치 미술관 방문을 위해서다.
이사무 노구치 가든 뮤지엄
일본계 미국인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1904~1988)에 의해서 만들어진 뮤지엄이다. 1974년에 지어진 노구치의 작업실이 1985년 일반인에 공개되면서 미국에서 생존 예술가가 설립한 최초의 뮤지엄이 된다.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개조를 거쳐 여러 갤러리 공간과 야외 조각 정원을 통해 그의 500여 점의 조각, 모형,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필자가 방문한 2025년 가을에는 개관 40주년 특별전인 <Against Time>전이 열리고 있었다.
붉은 벽돌의 낡고 소박한 건물에 noguchi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벽돌 건물에 덧붙여진 현대식 회백색 건물 모퉁이를 돌면 입구가 나온다. 친절한 안내원의 미소에 화답하며 입구로 들어선다. 좁은 매표소 앞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전시실로 연결된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그의 말년 작품들을 만난다. 돌 표면의 마감에 조금씩 표현의 차이를 두었을 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묵직한 추상 작품들이다. 애써 꾸미지 않은 전시실의 투박함이 그 느낌을 더한다. 1층은 외부와 실내 전시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원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과 다른 쪽의 좁고 긴 창문을 통하는 자연 채광은 작품 감상에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여러 전시실 중, 그림과 함께 가구가 있는 방은 그가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음을 상기시켜 준다.
2층의 첫 번째 전시실은 소품 위주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1층 전시실과는 달리 모던한 분위기의 현대적인 공간에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 노구치는 1926년 뉴욕에서 열린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전시를 접하고 큰 감동을 받는다. 1927년 장학생으로 파리 유학길에 올라 브랑쿠시의 스튜디오에서 도제 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구치의 초기 작품에서는 brass(황동)를 이용한 단순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인 브랑쿠시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유학에서 돌아온 후 30년대 초반의 흉상 제작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이은 공간에는 동글동글한 유기체적 추상의 40년대 초반작부터 그의 조각 변천사를 통틀어 가장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전쟁 후 몇 년 간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 이후부터 70년대 작품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비스듬히 반 층 정도 내려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사진, 모형, 책자 등의 자료와 함께 곳곳에 조각품이 마련되어 있다. 로우 맨해튼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 만나는 인상적인 빨간 큐브가 떠오르는 공공 기념물, 정원 설계, 산업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그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다.
커다란 나무와 어우러져 있는 조각 정원은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이다. 특유의 물성을 최대한 살린 돌 작품들이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공공의 즐거움이 조각 그 자체의 목적에 우선 한다는 작가의 철학이 녹아있는 쉼터 같은 정원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쉬어가며 즐기는 관람객의 표정에서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이사무 노구치의 미술관은 거장들의 화려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맨해튼의 대형 미술관과는 차별된다. 여백으로 오롯이 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작품을 관조하고 사색하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바쁜 도시인에게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행자에 휴식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을 나선다.
글·사진 ㅣ 이경희
세계 미술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