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개인전

윤동주 시, AI 회화와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다

2026-02-01     아츠앤컬쳐
김연식, 별 헤는 밤, 2025, 윤동주 시를 AI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

[아츠앤컬쳐] 윤동주 시인 서거 81주년을 맞아, 그의 시 세계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해석한 특별전 《시인 윤동주, 그리고·쓰고·노래하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윤동주가 남긴 시·동시·산문 등 총 116편의 작품을 모티브로, 김연식 작가가 AI를 활용해 제작한 회화와 음악을 선보이는 복합 예술 프로젝트다.

김연식, 호주머니, 2025, 윤동주 시를 AI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

김연식 작가는 윤동주의 시 116편을 바탕으로 300여 점의 회화 작품과 100여 곡의 음악을 제작했으며, 이 가운데 회화 전 작품을 전시하고 음악은 36곡을 선별해 음반(CD)으로 발매했다. 아울러 전시 작품과 윤동주의 원시(原詩)를 함께 수록한 작품집도 출간돼, 시·이미지·음악을 아우르는 입체적 감상의 장을 마련한다. 관객은 한 편의 시가 이미지로 번역되고, 다시 음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윤동주의 언어가 지닌 감정의 결을 다층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김연식, 서시, 2025, 윤동주 시를 AI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

전시는 ‘그리고·쓰고·노래하다’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그리고’에서는 윤동주의 시어를 AI 이미지로 재해석한 회화 작품들이 테마별로 전시되고, ‘쓰다’에서는 윤동주의 생애를 바탕으로 김연식 작가가 집필한 가사시 「윤동주의 슬픈 이력서(Eternal Dawn of a Poet)」가 소개된다. ‘노래하다’에서는 윤동주의 시를 가사로 삼아 작곡한 음악들이 음반과 전시 공간을 통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세 개의 축은 독립된 장르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시를 하나의 고정된 텍스트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감각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김연식, 병원, , 2025, 윤동주 시를 AI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

이번 전시는 윤동주를 단순한 문학적 기념의 대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오늘의 감각과 기술을 통해 다시 호흡하는 동시대적 존재로 호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I 기술은 창작의 주체로 기능하기보다, 시의 언어와 예술가의 사유를 확장하는 매개로 활용된다. 이에 대해 김연식 작가는 “윤동주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그 시가 지닌 침묵과 윤리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고 싶었다”며, “AI는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시를 바라보는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하나의 도구이자 매개였다”고 말한다. 이는 기술 중심의 전시가 아니라, 오히려 기술을 통과해 시의 윤리적 질문을 다시 묻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김연식, 눈오는 지도, 2025, 윤동주 시를 AI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

김연식 작가는 2007년 첫 개인전 이후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2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개최해 왔고, 2023년에는 4악장 구조의 연속 개인전 프로젝트 〈교향곡 : 인드라망〉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사유의 흐름이 디지털 기반의 AI 작업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특히 언어·이미지·소리가 교차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그의 작업 세계가 지닌 총체적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가 지닌 또 하나의 특성은 윤동주의 시를 ‘보는’ 경험을 넘어, 관객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기술과 예술, 그리고 시의 윤리가 만나는 새로운 전시 모델을 제시하며, 디지털 시대 예술의 확장 가능성과 공공성을 함께 사유하게 한다. 

 

정산 김연식은 미술가이기 이전에 이미 사찰음식 전문가로도 이름나 있다. 1981년 중앙일보사와 BCC가 공동 주최한 ‘전통음식 발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던 이력도 있다. 그가 40여 년 운영해온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은 뉴욕타임즈에 소개될 정도로 이름나 있다.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불교대학의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을 맡아 후학을 지도하면서, 사찰음식의 색조와 불교의 정신성을 작품세계로 옮겨오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1961년 부산 범어사에 입산한 이후 행자 생활부터 병좌(음식 만드는 곳의 책임자)를 맡았고, 자연스럽게 전국 사찰에 전해지는 독특한 절 음식들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 절 음식에 관한 전통을 잇고자 꾸준히 사찰음식을 연구해 신문과 잡지 등에 연재하고 전문 출판 작업까지 이어졌다. 특히 전국 사찰을 돌며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사찰 주변의 자연풍광을 가까이하게 되었고, 거기서 창작의 영감을 얻어 미술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7년 12월 첫 개인전 <관조+명상>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회화와 실내외 설치 작업을 넘나들며,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글 ㅣ 김윤섭

미술사 박사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