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런던 리릭 시어터
[아츠앤컬쳐] 아나이스 미첼의 <하데스타운> 은 2019년 토니상을 8개 거머쥔 수작 뮤지컬로, 2018년 런던의 로열 내셔널 시어터에서 12주간 성황리에 공연된 이후, 2023년 2월부터는 런던의 리릭 시어터에서 다시 정식 개막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받는 등 큰 인기와 더불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에,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2025년 할로윈 밤에도 극장은 거의 만석에 가깝게 차며 작품의 인기를 증명했다. <하데스타운>의 공연은 뉴올리언스 재즈와 포크 락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더불어 라이브 밴드 자체를 무대 위에 올리며 음악적 색깔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었다. 샴페인을 한 잔씩 들고있는 관객들 덕분일까, 라이브 재즈 공연을 보러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이야기를 각색한 <하데스타운>임에도, 작품의 배경은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공간이다. 뮤즈들이 혹독한 겨울의 고난을 노래하는 동안,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와 떠돌이 여인 에우리디체는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배가 고픈 것이 가장 싫은 에우리디체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따지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오르페우스는 자신이 작곡하고 있는 노래를 완성하면 봄이 올 것이라 대답하며 설득한다. 겨울이 혹독한 것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사이의 갈등 때문에 봄을 가져오는 페르세포네가 일찍 지하에 복귀한 탓이며,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부부 사이의 사랑을 되살릴 사랑과 회복의 노래이다.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세상을 되살릴 힘이 될 수 있는 이 노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함과 동시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사랑하던 시절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는 오르페우스의 말에, 헤르메스는 “이건 아주 오래된 노래”라고 답변한다. 오르페우스의 창작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있던 노래를 다시 되살리는 '회복'으로서의 생성이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랑은 회복과 파괴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지하 세계의 부부의 이야기는 다시 마법처럼 서로 사랑에 빠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에 의해 재현된다. 서로 신뢰하지 못해 파국으로 끝나가는 부부와, 끝내 뒤를 돌아봐 영원히 결별하게 된 커플은 그 이별마저도 서로 공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비극으로 끝난 와중, 헤르메스는 조용히 노래한다. “이건 슬픈 노래고, 그럼에도 이걸 다시 부르겠지.” 차갑고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사랑에 실패하면서도 끝없이 반복해, 언젠가는 그 결말이 비극이 아니기를 바라며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은 다시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첫 장면 속 달라진 연출들이 암시한다.
<하데스타운>은 현실과 사랑이 대조되고 맞물리는 지점에 주목하며 때론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기도, 그 현실에 무너지는 사랑을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기를 선택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직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잦은 2026년이다. 어쩌면 오늘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세상이 늘 합리적이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네는 마지막 시선은 언제나 같은 곳을 향한다.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임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선택. 균열과 소음으로 가득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그 작고도 고집스러운 태도일 것이다. 냉소 대신 믿음을, 체념 대신 마음을 건네는 일. 오늘도 무대 위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조용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ㅣ 옥소정
아츠앤컬쳐 런던 특파원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재학
영국 SOAS 교환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