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희
[아츠앤컬쳐] 홍덕희의 작업에서 스마트폰은 기록 장치나 기술적 편의성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생성하는 존재론적 매개로 기능한다. 현대인의 신체 일부가 된 이 기기는 그녀의 작업 안에서 ‘붓’에 가깝다. 세계와 감정, 우연과 의식이 교차하는 접속면으로서 스마트폰은 찰나에 응축된 생명성과 감응을 포착한다. 이 전회는 예술을 제도와 권위의 공간에서 분리해 일상의 현장으로 이동시키며, 예술 행위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존재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로 확장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존재적 예술가로서 가능성 ‘예술의 민주화’는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응시하는 방식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작동한다.
홍덕희 작업의 핵심에는 ‘중첩’이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유리창의 표면, 맺힌 물방울, 그 너머의 빛이라는 세 층위는 하나의 화면 안에서 중첩되며 독특한 마티에르(Matière)를 형성한다. 이 물질성은 사진의 재현적 속성을 넘어 회화적 깊이와 추상성을 획득한다. 일상과 기술, 우연과 의식이 결합된 이 이미지는 결과물이라기보다 디지털 연금술적 과정으로 읽히며 사진이라는 매체의 감각적 가능성을 확장한다.
홍덕희의 사진은 멈춰진 순간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관람자에게 사유를 요청하는 하나의 사건이며, 흐르는 존재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치다. 그녀가 구축한 푸른 심연과 QI(氣)의 파동은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도록 이끈다. 가장 대중적인 도구를 통해 인간다움의 감각을 복원하려는 이 작업은, 예술이 고립된 미학적 실험을 넘어 사회적 공명과 정서적 회복의 가능성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동시대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깊이이자 방향성으로 작동한다.
홍덕희 작가
2026 독일 AMB(Art Management Berlin) 명예 공동 큐레이터, ‘CATHARSIS’ 프로젝트 주도. 2024–2025 『The First Berliner Art Book』 현대 예술가 10인 선정. 2024 이란 사바 박물관(Saba Museum) 국제전시 사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