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스트렐레
Sandra Strēle
[아츠앤컬쳐] 산드라 스트렐레(Sandra Strēle)의 최근 작업은 자연을 묘사하는 풍경화라기보다, 전시라는 제도적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교란하는 장면에 가깝다. 화면 속에는 벽에 걸린 그림과 받침대 위의 이미지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를 가느다란 선과 식물 형태의 구조가 관통한다. 이는 단순한 장식적 구성이라기보다 화이트 큐브의 안정성을 해체하는 시각적 전략으로 읽힌다.
스트렐레는 수영장, 잔디 코트, 정원, 균사체처럼 얽힌 선 등 반복되는 모티프를 통해 자연과 인공 구조의 긴장을 다뤄왔다. 그러나 이 작업에서 자연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식물 형태의 선들은 프레임을 넘어 공간을 침범하며 전시 질서를 잠식한다. 자연은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를 흔드는 힘으로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연속성(seriality)’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각각의 화면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확장된 서사의 일부로 작동하며,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고 병렬적으로 중첩된다. 전시는 완결된 사건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증식하는 과정처럼 제시된다.
라트비아 동시대 회화가 비교적 강한 서사성과 상징적 이미지 전통을 유지해온 흐름 속에서, 스트렐레는 이를 보다 공간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녀의 작업은 자연을 낭만적으로 회복하기보다 전시와 이미지 소비의 체계를 흔들어 놓는 장치로 기능한다. 2021년 국내 그룹전을 통해 처음 소개한 이후 그녀의 화면은 점점 더 복잡한 공간 구조를 포섭해왔다. 스트렐레의 회화는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우리가 이미지를 배치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질문한다. 자연은 이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적 틀을 균열시키는 힘이다.
글 | 최태호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