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잠, 잠! 잠의 세계
L’empire du sommeil
[아츠앤컬쳐] 파리 마르모탕 모네 박물관에서 2025년 10월 9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예술 속 잠의 표현에 관한 전시 ‘잠의 제국 (L’empire du sommeil)’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고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및 국제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통해 상징주의, 과학,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수면의 위치를 탐구하는 전시다.
우리는 삶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잠은 단편적이지 않다. 불면증, 꿈, 악몽, 몽환, 몽유, 최면 등 다양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불면증은 수많은 현대인들의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더불어 수면제 소비도 급증했다. 숙면을 위한 침구류와 아로마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영국에서는 잠이 안 오면 카모마일티를 마시는 오래된 습관이 있다.
그렇다면 화가들은 잠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첫번째 테마는 단잠이다. 행복 그 자체다. 이는 휴식을 가져오며 지난날의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순수한 존재들의 영역이다. 신생아의 잠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엔 19세기의 작품들을 주요 컨텐츠로 구성하였다. 영국 작가 존 밀레이스가 그린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성경에 나온 잠의 세계도 다수 선보였다. 서양 문화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종교 속 잠이 흥미롭다. 창세기 속에서 이브가 창조되는 동안 아담은 수면 상태였다. 욥기에서는 일그러진 영혼과 불면을 다루었다. 어린 예수의 잠도 화가들을 통해 자주 표현되었다.
반면에, 렘브란트와 피카소 같은 거장들은 물론 수많은 화가들이 에로틱한 잠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제우스는 자고 있는 안티오페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나체를 드러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에로스의 순수한 버전이다. 어쩌면 이 동화는 우리가 아이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상징하고 있다.
악몽과 몽유병은 어떻게 표현됐을까? 18세기에 고야, 퓨슬리, 블레이크와 같은 유럽의 화가들은 잠의 어두운 이면에 관심을 가지고 악몽을 소재삼아 작업하였다. 19세기부터 최면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이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와도 연관성이 있다. 프로이트에게 잠과 꿈은 억압된 무의식적 소망이 위장되어 표출되는 ‘소망 충족’의 과정이다. 세계대전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최면을 창작의 발판이라 여겼다.
마지막 테마인 침대는 로마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빈부 여부와 무관하게 유럽인들에게 침대는 필수품이다. 종교와 더불어 침대의 위치는 열린 공간에서 닫힌 공간인 방으로 이동하였다. 수면을 위한 가구 외에도 침대는 단절의 공간일 수도 육체적 쾌락의 공간일 수도 있다. 혹자는 침대는 우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꿈을 꾸게 하는 섬이라 표현하였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 단독 기획이 아닌 뇌과학자와의 협엽으로 진행되었다. 불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단비 같은 전시였다.
글, 사진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