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동박새

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2026-04-01     아츠앤컬쳐
이서용, 숲속 동박새, 360mm F6.3 1/400s ISO2000

 

[아츠앤컬쳐] 사진이 발명된 이후 야생 조류를 기록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세기 초 망원렌즈와 고속 셔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새의 순간 포착이 가능해졌고, 조류사진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조류사진의 시작은 19세기 말 영국의 자연주의자 형제 리처드 키어턴(Richard Kearton)과 체리 키어턴(Cherry Kearton)의 작업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새의 둥지와 생태를 촬영하며 야생 조류를 현장에서 기록하는 새로운 사진 영역을 개척했다. 이후 영국의 야생사진가 에릭 호스킹(Eric Hosking)은 플래시 촬영을 활용해 야행성 조류(부엉이 등)의 비행 장면을 기록하며 조류사진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점차 조류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디지털카메라와 고속 연사 기능이 보급된 2000년대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우리 주변의 숲과 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새들이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운데 ‘동박새’는 초록빛 몸과 눈 둘레의 흰 고리가 만들어 내는 선명한 색채 대비로 사진가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조류다. 동박새 촬영은 특정한 명소에 국한되지 않고, 숲이나 공원, 낮은 산자락의 숲 가장자리처럼 조용한 환경이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조류의 생태를 이해하는 관찰력과 화면을 구성하는 사진가의 미적 감각이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어디나 야외 스튜디오가 될 수 있다.

새를 촬영할 때 중요한 요소는 첫째, 새의 행동 패턴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다. 먹이 활동 시간과 이동 경로, 경계 행동을 파악해야 자연스러운 장면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장면의 조형적 구성이다. 꽃이나 나뭇가지, 이끼 같은 자연 요소의 배치를 통해 화면의 균형과 시선을 정리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셋째, 순간 포착 능력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류의 동작을 담기 위해서는 고속 셔터와 연속 촬영을 활용하되 결정적인 장면을 예측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넷째, 배경과 빛의 통제다. 배경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자연광의 방향과 대비를 고려하면 피사체의 형태와 색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서용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16년 동안 동박새 촬영을 이어오고 있다. 촬영은 주로 먹이가 부족한 12월부터 2월 사이 겨울 숲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는 동박새가 단맛이 강한 홍시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숲에서 꽃이나 작은 소품에 홍시를 묻혀 새가 자연스럽게 앉도록 유도하고, 동박새가 좋아하는 동백꽃과 나뭇가지, 이끼와 돌 등을 배치해 장면을 구성한다. 주로 캐논 EOS 5D Mark III 카메라로 초당 약 20프레임의 고속 연사로 촬영한다. 셔터 속도는 1/2000초에서 1/3000초 사이로 설정해 빠르게 움직이는 새의 순간을 포착하고, 조리개는 개방하여 배경을 부드럽고 흐리게 만든다. 배경이 복잡할 경우에는 약 1.5미터 정도의 검은 천을 설치해 단순화 시키거나 색 대비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서용 작가의 동박새 사진은 단순한 생태 기록을 넘어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생명의 순간을 포착하며, 조류사진이 지닌 기록성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 준다.

이처럼 숲에서 동박새를 촬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조류의 생태를 이해하고 충분한 관찰과 기다림을 통해 접근한다면, 자연 속에서도 마치 자신만의 야외 스튜디오처럼 특별한 촬영 경험을 할 수 있다.

 

글 | JOA(조정화)

작가, 현재 월간중앙<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 저자

artjoajo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