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아츠앤컬쳐] 우리네 삶에는 맑고 쾌청한 날도 있지만 때로는 먹구름이 덮이고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도 있다. “어떻게 지혜와 사랑으로 행복을 영위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오랜 질문이다.
작가 박경미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의 길로 가는 이야기를 그림, 동영상, 오브제, 설치, 아두이노를 이용한 미디어 작업(평면적인 그림에 국한되지 않고 움직이는 동영상 작업이나 사람들 반응에 의해 그림이나 영상이 움직이는 작업), 음악 등의 작업으로 표현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언뜻 그녀의 작품에서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의 화려한 만화 색채 같은 작품이 연상된다. 루이뷔통과 콜라보레이션 했던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의 이미지가 우리와 친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소재는 연꽃, 토끼, 고양이 등의 동식물과 사람 등으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와 행운을 상징하는 주제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이나 호기심, 또는 사회적 의무감, 주어진 환경 등의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어떠한 상황을 맞고 그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한다. 이때 토끼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환상과 꿈을 좇거나 진짜 현실을 만나게도 한다. 또는 설화나 민화, 전설, 노래 속 토끼처럼 아무 걱정 없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에덴 같은 이상향, 파라다이스에 살고 있거나, 그곳으로 이끌어주는 역할도 한다.
작가는 관객이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도록 “연꽃을 든 흰 토끼를 따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진흙의 더러운 물에 오염되지 않은 연꽃처럼 피안의 언덕을 넘는 것입니다.”라고 위로를 담은 메시지를 전한다. 피안의 언덕이란 모든 번뇌에 얽매인 고통의 세계인 생사고해(生死苦海) 건너편의 이상(理想)의 경지인 열반의 언덕, 바로 깨달음의 세계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고통의 세계, 즉 어둠과 혼돈의 세계인 이 언덕〔此岸〕에서 복되고 자유로운 진리의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The Girl with Apple’ 작품 속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부터 백설 공주의 독사과처럼 소녀가 살아나가면서 겪게 될 무수히 많은 사건을 뜻하며 목걸이와 열쇠는 해답을 뜻한다. 마치 어떠한 희로애락이 발생해도 마치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이 진흙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 있는 그대로이듯 작품 속 소녀도 동일한 모습이다.
작가는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본성이 있다면 어떤 일이 생겨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며 인생의 주인은 본인인 것을 주장한다. 연꽃, 소녀, 행운의 고양이 등을 통해 고전적 무늬와 이미지 속에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담담하게 담고 있다. 또한, 옛 문, 창 디자인이나 우리 문화 고유의 탱화적 색감으로 도전적 용기를 표현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로 하여금 그녀의 작품에 삶을 곱게 받아들이려는 지혜를 사랑스럽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