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곡점을 찾다

Instant Landscape-Gumgil, A Portion in a whole #2, 2020,합판에 유채, 185×260cm(25×25cm 53점)
Instant Landscape-Gumgil, A Portion in a whole #2, 2020,합판에 유채, 185×260cm(25×25cm 53점)

[아츠앤컬쳐] 그동안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김남표(50) 작가가 새롭게 제주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번 기획 초대전의 제목은 ‘김남표의 제주이야기—Gumgil(검질)’이다. 제목의 ‘검질’은 길가나 수풀에서 흔히 만나는 ‘잡초 넝쿨’의 제주도 방언이다. 전시는 청담동 소재 아이프와 호리아트스페이스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다.

전시에는 유화작품 30여 점(파스텔 기법 3점 포함)이 선보인다. 우선 3층 호리아트스페이스는 10호에서 15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20여 점이 설치됐다. 기본적으로는 제주의 검질 풍경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김남표의 시그니처 중의 하나인 호랑이와 표범 혹은 얼룩말이 함께 등장한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번의 배경들은 상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제주에서 보고 느낀 풍경을 기초로 했다는 점이다.

김남표의 제주이야기-검질 개인전 전시전경
김남표의 제주이야기-검질 개인전 전시전경

반면 4층 아이프라운지에는 8점이 선보이지만, 세부 구성은 210조각으로 이뤄진 특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명상스튜디오에는 검질, 노을, 사슴 등이 등장하는 작품 3점이 배치되어 ‘명상을 통한 내면 바라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라운지 홀에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셀(cell) 시리즈’ 대형작품 3점이 관객을 맞는다. ‘25×25cm’ 53조각으로 이뤄진 검질 풍경(세로185×가로270cm), 역시 ‘25×25cm’ 68조각으로 구성된 야외 풍경(세로106×가로445cm), 84조각으로 완성된 올빼미 작품(세로185×가로320cm) 등이 설치됐다.

Instant Landscape-Gumgil, A Portion in a whole #3, 2020,합판에 유채, 185×317cm(25×25cm 84점)
Instant Landscape-Gumgil, A Portion in a whole #3, 2020,합판에 유채, 185×317cm(25×25cm 84점)

이 셀 작업들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작가가 풍경 속에 진주를 숨겨놓듯, 간혹 부분 부분에 전혀 다른 조각의 그림을 배치한 점이다. 이번 ‘김남표의 제주이야기—Gumgil(검질)’은 3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준비해온 특별한 프로젝트이다. 김남표 작가는 지난 2018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새로운 작품세계의 확장을 모색하던 차에, 지난해에는 1년간 제주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몸으로 체감한 감흥을 화폭에 옮겼다. 거친 굉음이 온종일 떠나지 않는 거대한 채석장부터, 온몸을 모기에 물어뜯기며 이름 모를 수풀(검질) 속을 뒤졌으며, 특수 제작한 이젤을 들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여명과 낙조의 이미지에 심취했다.

김남표, Instant Landscape-Gumgil #7, 2020캔버스에 파스텔과 유채(116.8×91cm)
김남표, Instant Landscape-Gumgil #7, 2020캔버스에 파스텔과 유채(116.8×91cm)

김남표 작가의 제주작업에는 예술영화계의 대표주자인 민병훈 감독이 함께했다. 김 작가가 제주도를 어떻게 만나고 해석하는지를 영상으로 스케치했다. 또한 ‘제주를 품은 김남표 감성’을 모티브로 한 장편영화 <팬텀(Phantom)>을 제작해 내년에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그에 맞춰 김남표의 제주시리즈 2탄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김남표 작가가 비중 있는 역할의 배우로도 참여한다.

김남표 작가는 “화가의 그림은 창작자 입장에선 비계획적이고 예정된 길에서 이탈된 상황들이 수용되기 마련이다. 그 부분들을 좀 더 감상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상자가 저 조각들을 상상으로 옮겨 보는 일들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작품을 바라볼 때, ‘아, 저 그림들은 자유롭게 옮길 수도 있겠다.’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면,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의 감정을 보다 친밀하게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셀(cell) 시리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남표의 제주이야기 - 검질 개인전 전시전경
김남표의 제주이야기 - 검질 개인전 전시전경

전시기간 중 5인 내외의 관람객이 미리 신청(T.02-518-8026)할 경우 수시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일 방역과 관람 인원 제한을 실시한다.

작가소개 | 김남표(1970~)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18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비롯해 2인전과 공동작품전, 100여 회의 기획단체전에 초대되었다. 또한 KIAF(서울 코엑스), TEFAF(네덜란드), Abu Dhabi Art(아랍에미리트), 타이페이 아트페어(대만), ARCO 아트페어(마드리드), Asia Contemporary Art Fair(뉴욕) 등 50회 이상의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한편으론 ‘집단 막’(2000~2005) 활동을 통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안양 스톤&워터 갤러리 등에서 미술을 근간으로 한 다양한 표현영역의 확장 시도는 고정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는 지금의 작업형태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전시기획부문 선정작가, 전국대학미전 대상, 창작예술협회 공모전 금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성남문화재단, 수원아이파크미술관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장흥 가나아뜰리에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글 | 김윤섭
미술사 박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주)아이프앤코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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