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봤다.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1,000만 명을 넘었다고 했다. 영화는 시작과 더불어 하늘에서 혜성이 떨어지는 장관으로 시작됐다. 혜성에서 갈려진 별똥별이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은 환상적이면서도 실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사실감을 더하기 위하여 정지된 영상이 아니라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 기법을 써서 그런 것 같다. 크기면에 있어서도 멀리서 찍은 원근감 있는 풍광을 보여줌으로써 좋은 영화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 영화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서로 영혼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쿄에 사는 남학생 타키는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어딘가 모르는 시공간에 여학생의 몸으로 깼다는 것을 발견한다. 꿈인가 생시인가 알려고 자신의 몸을 만져보지만 너무 실제 같아 놀란다. 이런 자신을 동생인 듯한 소녀가 쳐다보는데 난감해진다. 학교에서도 친구를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실수를 한다. 당황한 그는 그녀의 노트에 ‘너는 누구냐?’고 적어 놓는다.
물론 이토모리 시골에 사는 미츠야가 도쿄의 타키 집에서 일어났을 때는 더 당황스런 상황이 연출된다. 먼저 시골과 달리 전철로 통학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에 등교를 한다. 친구들과 식사를 하다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식당에 나가 서빙을 하지만 처음하는 일이라 실수투성이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블랙컨슈머가 나타나 진상을 부리자 어쩌지 못하는데 선배인 오쿠데라의 도움으로 벗어난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영상미가 좋다. 이토모리의 시골이나 도쿄의 도시나 풍광이 무척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남녀가 서로 영혼이 바뀐다는 판타지이지만 사실적인 영상으로 인해 이야기의 허구성이 많이 약화된다. 영화 장면의 실제 무대가 된 곳을 찾아다니는 투어가 생겼을 정도로 마코토 감독의 극사실적인 영상제작 기법이 잘 드러나 있다. 표지판, 건물 외관, 계단의 난간, 분화구로 생긴 호수 등 일본 곳곳의 디테일한 요소들을 사진 촬영하듯이 잘 그려놨다.
열차들이 달리는 풀샷에서는 이런 장면은 실사영화에서 장면의 변화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필요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움직임이 많아 손이 많이 가서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표현한 것을 보니 감독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단박에 느낄 수가 있었다. 장면을 전환할 때도 카메라 움직임이 템포감만이 아니라 구도나 질감들조차 너무 자연스러워 사랑스런 감정이 생길 정도였다.
다음은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았다. 영화 중간중간 ‘왜?’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었지만 신사와 무녀, 혜성, 그리고 소원 빌기와 같은 몇 가지 영화적 설정으로 잘 피하면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불러일으킨 것이 너무 좋았다. 맞아, 이 정도 설정이면 영혼이 바뀌는 게 그리 허구 같지 않은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미츠하의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무스비라는 철학. 실을 잇는 것이나 사람을 잇는 것이나 시간이 흐르는 것이나 모두 맺어진다는 그런 말씀을 듣다 보면 이들이 이어지는 것도 결국 무스비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물론 영화를 보는 도중 잠시 멈추고 미츠하나 요츠하가 쌀을 씹어 만드는 술이나 황혼이라는 신비한 시간, 그리고 언제부턴가 타키가 손에 차고 있던 매듭 등등 이런 것들을 차분히 생각할 수 없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 그런 것들에 대하여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면 모두 영화 속에 잘 배열되어 문제없이 매듭이 지어진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다음으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영화에는 일본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많은 사건과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애니메이션이지만 사랑의 끈으로 원상회복 시킨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의식이 되는 것 같았다. 늦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예전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나 <언어의 정원>을 보면서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글 | 강인식
전 KBS, SBS PD, 전 싸이더스FNH 대표, 현 kt미디어 콘텐츠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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