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Jewel harmonizing multi-ethnic, Paris

 

[아츠앤컬쳐] 모든 민족과 종족, 그리고 각 국가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있다. 그 문화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독특한 특성과 고유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켜켜이 쌓여온 생활습관과 전통이 그들 정신과 결합에 이루어진 그 ‘집단의 생명력’이라 볼 수 있다. 문화란 인간의 속박을 줄이면서 그들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모든 장르의 예술과 사랑과 사고의 결합체라고 역설한 사람은 프랑스 문학가이자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였다.

한 국가를 형성하고 그 국가를 이루는 아이덴티티는 그 나라의 문화로 측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말로의 표현대로 그 나라 문화란 모든 장르의 예술이 표현의 자유를 갖고 대중들의 삶 속에서 우려낸 짙은 향기,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는 잘 알려진 대로, 유럽에서 세 번째 큰 땅을 가진 나라로 오랜 세월 속에 형성된 그들 특유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동양의 여러 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제국은 장구한 역사 속에 각 종족과 민족이 서로 혼합되고 혼혈민족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종족과 다민족이 혼합되어 다민족국가로 형성된 것이다.

켈트족에 게르만족, 라틴족으로 융합한 골족(Gaul)이 골간을 이루는 프랑스는 지중해족과 북구의 키가 큰 금발의 스칸디나비아인 그리고 기원전 농경민족인 알프스족들이 켈트족을 형성하게 되었다. 기원전 52년 로마의 침입으로 500년간 식민지 생활을 했으며 5세기경의 프랑크족이라 불리는 게르만족의 침입과 10세기경의 노르만족 침입 등으로 프랑스는 ‘유럽의 인종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여러 인종이 혼합되어 있다.

프랑스는 해외 프랑스령을 두고 있는데 마르티니크・과들루프・레위니옹・프랑스령(領) 기아나가 있고, 그밖에 3개 해외공동체인 마요트, 생피에르미클롱, 왈리에푸투나 제도, 1개 특별 공동체인 뉴칼레도니아, 1개의 해외국가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1개의 해외영토 프랑스령 남부지역이 있으며, 중앙아프리카・콩고・가봉・세네갈・차드 등과 ‘프랑스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으니 가히 인종 전시장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본격적인 바캉스철을 맞으면서 프랑스 파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들 모습 속에서 과연 인종의 용광로란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파리 중앙 거리를 거닐거나 메트로를 타면 뒤에서 무수한 종류의 외국어들이 들려온다. 언어의 오케스트라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북아프리카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남아프리카인들, 뉴칼레도니아인들, 가깝게는 영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인들, 터키, 아랍계 사람들, 중앙아시아 사람들과 극동 아시아인들…. 이들 인파의 물결이 일렁이며 파리의 살아있는 정경을 연출한다.

파리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관광객은 아주 쉽게 구분된다. 메트로를 타보면 일행끼리 큰소리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에뜨랑제, 관광객들이다. 파리에 정착해 사는 로컬들은 대화 중에도 거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대화하곤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몸에 밴 그들의 문화가 익어있기 때문이다.

파리를 찾은 무수한 관광객 인파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쇼핑백들이 들려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프랑스에서 물건을 사보면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도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이 훨씬 더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이곳에서는 외제가 훨씬 가격이 싸다. 이것이 프랑스의 힘이다. 자기들이 만들어낸 제품과 물건에 대단한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 속에는 오랜 문화와 전통으로 면면히 이어온 악띠장 문화가 녹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악띠장이란 무엇인가? 장인정신과 수공예가란 뜻이니 그들의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다민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다양성을 스스로 만든 프랑스 사람들의 관용과 남을 인정하는 휴머니즘 정신 속에서,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란 ‘조화와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글·그림 | 정택영
화가, 프랑스 조형예술가협회 회원,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칼럼니스트
www.jungtak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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