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06년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당시 국내에서는 드물게 디자인전시가 열렸다. ‘위대한 의자’라는 기획전으로, 스위스의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소장품이 소개되었는데, 디자인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자 100여 점이 전시되었다.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은 단연 리트펠트의 레드&블루 체어이다.
레드&블루 체어는 과거의 앤틱소파가 오늘날 기능성과 미적인 요소를 강조한 의자로 변화하는데 구심점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 외에도 가구 중의 가구라 부를 수 있는 역사적인 의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전시에 컬렉션을 대여한 비트라 디자인미술관은 전 세계의 대표적인 디자인미술관 중 하나로써 비트라사에 의해 1989년에 설립되었으며, 미술관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하였다.
레드&블루 체어
레드&블루 체어는 리트펠트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1917년경에 탄생하였다. 리트펠트(Gerrit Thomas Rietveld, 1888~1964)는 네덜란드의 유트레이트 출신으로 20세기 초반, 스타일의 대대적인 혁명을 시도한 ‘데 스틸’의 일원으로 활약하였다. 리트펠트의 대표작으로는 레드&블루 체어 외에 지그재그 체어, 그리고 건축물인 슈뢰더하우스를 들 수 있다. 1917년경 레드&블루 체어가 처음으로 탄생하였을 때는 목재색이었다고 한다. 선명하게 잘린 단면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채색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데 스틸’ 운동과 결합하면서 1921년경에 원색의 라커를 칠하여 오늘에 이르는 ‘고전’이 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의자는 13개의 직육면체형 뼈대로 구성되어 있다. 팔걸이 외에도 세로 널빤지 형태의 등받이와 앉을 수 있는 받침대가 신체에 직접 닿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등받이도 엉덩이를 걸터앉는 부분도 예사롭지 않게 설계된 것이다. 특히 당시에는 무척이나 낯설었을 것이다. 골조가 되는 부분은 마치 건물의 골조를 제작하듯 서로가 별도의 고정장치로 연결되어 있다. 단 고정장치 디테일은 눈에 띄지 않게 디자인되었다. 반면 등받이와 걸터앉는 널빤지는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당시에 평을 보면 마치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의자처럼 보인다며 쿠션이나 천으로 옷을 입혀야겠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상 처음에는 자연목색상으로 제작되었고, 이후에 주문에 따라서 흰색이나 녹색 등 색상의 범위를 넓혀서 구성도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달리했다고 전해진다. 색상을 보면 검정 틀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등받이는 빨간색, 앉는 부분은 파란색, 골조는 검은색인데 목재가 절단된 부분은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강조하였다. 어디서 많이 본 색상의 배합이라고 느껴질 텐데, 바로 추상화가의 대가인 몬드리안의 추상화와 동일하다. 이는 리트펠트가 ‘데 스틸’ 그룹의 작가들과 만난 1920년 이후에 정한 색상이라고 한다.
한편, 이 의자는 1918년에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듬해인 1919년 9월에 ‘the style’의 뜻을 지닌 ‘데 스틸(De Stijl)’이라는 매거진에 실리게 된다. 매거진에는 리트펠트가 제작한 어린이용 의자도 함께 실렸다. 그 밖에도 1930년에 철제관으로 제작된 시리즈도 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의 메츠앤코사(Metz&Co.)에서 시리즈 중 일부 모델을 산업화하여 판매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단하였다. 참고로 1973년부터 이탈리아의 까시나(Cassina)사에서 레드&블루 체어를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몬드리안 & 데 스틸(De Stijl)
20세기 초반의 유럽에서는 인상파 이후 입체파가 새로운 조류로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도 파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미술의 흐름에 동참하려 하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보여서 예술가들은 국제적인 미술 세계와 고립되어 자국에 머물러야 했다. 이에 일환으로, 화가 테오 판 두스뷔르흐가 ‘데 스틸’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함께할 예술가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처음에 암스테르담 스테델레이크 박물관에서 피트 몬드리안을 만났다. 몬드리안은 1914년 파리에서 큐비즘 화가로 활동하다가 네덜란드로 돌아와서 신조형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몬드리안을 포함하여 화가이자 건축가인 뒤스부르그, 건축가인 우트, 반트 호프 그리고 겔리 리트펠트가 동참한다. 데 스틸을 제안한 사람들은 전체적인 조화와 질서가 담긴 새로운 유토피아적 이상을 표현할 길을 찾았다.
그들은 형태와 색상의 본질적 요소로 단순화되는 순수한 추상성과 보편성을 지지했는데,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인구성을 단순화하였고, 검정과 흰색과 원색만을 사용했다. 그래서, 원색과 직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평면을 놓고 이를 그림과 건축과 가구, 의자로 확장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몬드리안의 원색 추상회화와 함께 리트펠트의 작업인 ‘레드&블루 체어’와 슈뢰더 하우스는 ‘데 스틸’의 대표작이다. 리트펠트의 슈뢰더 하우스는 기존의 유럽 주택들이 유지해온 풍성하고 복잡한 요소들을 배제하면서 마치 평탄면의 부자재들을 정교하게 조립한 듯한 점, 선, 면의 색채적 구성을 완성도 높게 보여준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