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기록이 없는 민족은 융성한 발전을 할 수 없다. 기록문화가 오늘날처럼그 중요성이 대두된 때도 없을 것이다. 기록 ‘archive’란 말은 17세기 라틴어 archiva, 또는 희랍어 arkheia, 프랑스어 archives로부터 온 것으로 ‘지키고 보존되어 기록된 곳’이란 의미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며 그래서 프랑스의 문화예술이 융성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슈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세계 3대 미술관은 선정하는 사람들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미술관과 박물관은 엄연히 다르다. 루브르는 박물관이고 오르세는 고흐와 밀레 전문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루브르는 1190년 지어졌을 당시에는 요새에 불과했지만 16세기 중반 왕궁으로 재건축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1793년 궁전 일부가 중앙 미술관으로 사용되면서 루브르는 궁전의 틀을 벗고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이후 5세기 동안 유럽 외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회화, 조각 등 수많은 예술품은 오늘날 30만 점가량에 이른다. 유리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면 나폴레옹 홀로 이어진다. 전시관은 드농(Denon)관, 리슐리외(Richelieu)관, 쉴리(Sully)관으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전시관은 지하에서 3층까지로 이뤄져 있고, 지역과 시대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므로 가능한 한 같은 층에서 다른 전시관으로 옮겨 다니며 감상하는 편이 낫다.

지하층(Entresol)에는 고대 오리엔트・이슬람 미술작품과 이탈리아・스페인・북유럽 조각품이, 프랑스 조각품은 지하에서 1층에 전시돼 있다. 유리로 이뤄진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더욱 입체감 있는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다. 1층(Rez-de-chaussée)에는 고대 이집트・그리스・로마미술품도 전시돼 있고 <밀로의 비너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2층(1 er étage)은 19세기 프랑스 회화가 전시돼 있는데 앵그르, 다비드, 들라크루아와 같은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도 2층에 전시돼 있다. 3층(2 éme étage) 역시 프랑스 회화를 시대별로 전시해놓았다. 2층과 함께 관람객에게 무척 인기 있는 곳으로, 네덜란드・플랑드르・독일의 회화도 전시되어 있다. 렘브란트, 루벤스, 베르메르 등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은 한 해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미술관이다(2010년 연중 관람 인원이 약 8백5십만 명으로 집계).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서 세느 강 우편, 파리 중심가 1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BC 4000년부터 AD 19세기에 걸친 각국의 미술 작품들을 약 3만 5천 점 전시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 박물관이며, 박물관의 넓이는 약 60,600m2(652,000ft2),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15,000명 정도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루브르 박물관 입구를 원래의 건축물에서 새롭게 건축한 현대식 건축물인 유리 피라미드 유리구조물을 통해 입장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고색창연한 루브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수많은 관람객들로 인한 입구의 손상을 막기 위한 깊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에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가 설계한 유리 피라미드는 건축 당시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은 루브르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아카이브, 즉 자료를 보관・유지한다는 것은 이처럼 깊은 사고와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혜안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 유산이 보석으로 남아 자자손손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기 루브르 박물관에서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글·그림 | 정택영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프랑스예술가협회 회원,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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