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샤틀레 극장 Théâtre du châtelet
[아츠앤컬쳐] 파리의 중심가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지난 6월 26일에 프리마돈나 조수미 씨의 리사이틀 공연이 있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레이스가 풍만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인 조수미 씨가 등장한다. 관객석의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조금은 차가움이 감돌았다. 공연 전 조수미 씨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관객들의 높은 안목과 냉정한 평가에 대하여 긴장감을 표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프랑스 관객들은 그 어떤 세계적인 연주자에게도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샤틀레 극장에서 최근 공연을 가졌던 수잔 그라함, 닉슨 인 차이나의 연출자인 첸시챙 또한 이에 대한 긴장감과 흥분을 표한 바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샤틀레 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던 재즈 디바 나윤선 씨도 그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 이에 대하여 음악 평론가 티에리 구엔(Thierry Guyenne)은 ‘수 세기를 넘나드는 프롬나드’라고 평했고, 총 6개국어의 다양한 아리아를 선보인 이번 연주를 “바로크 아리아의 꽃다발로 막을 열었다”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하여 프랑스의 낭만파 작곡가인 클로드 드뷔시와 가브리엘 포레의 사랑을 노래한 곡들을 선보였다. 그녀는 주로 아침에 이러한 상큼한 분위기의 곡들을 듣는다고 하면서 프랑스 가곡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어느덧 무대에 감돌았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관객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조수미 씨를 보면서 역시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라는 다르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실상 1980년대 세계무대에 데뷔할 당시에는 동양인 성악가, 한국인 성악가로서 자리매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일찍이 세계의 주요극장에서 주역을 맡으면서 특별한 관심을 받았던 그녀는 당시 얼마나 힘들게 그 기간을 보냈는지 회상하였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려는 냉정한 경계와 평가의 시선을 넘기 위해 연습할 때마저 완벽하게 불렀다면서 제법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는 그녀는 어느덧 세계 최고라는 입지를 굳혔다.
20대에는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이를 알리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의 시간을 보냈고, 이후 인정을 받은 후 30대에서 40대 초반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을 연주하는 데 주력하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 그녀는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넘어 영화음악이나 드라마음악까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연주를 많이 가졌다. 그리고 40대 들면서 이제 그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덧 2막이 오르자 이번에는 남미의 열정을 뿜어내는 무대를 선보였다. 브라질 등 남미에 특히 팬이 많은 그녀는 요즘에는 유럽보다도 남미에서 더 활발히 연주를 한다고 한다. 넘치는 에너지와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들의 기질과 조수미 씨는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호탕한 무대 매너로 깐깐했던 프랑스 관객석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어느덧 무대와 관객이 하나 되었다.
“예술가에게는 투명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조수미 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광복 50주년 기념으로 서울에서 북한의 합창단과 함께했던 무대가 특별하게 기억된다고 한다. 공연 후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그녀는 투쟁처럼 살아왔다며,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놀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여유 없게 살면서 지금까지 왔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누렸던 일상의 소소한 재미에 대한 부러움을 얘기했다. 친구들이랑 모여서 식사했던 적이 까마득하다며, 정상의 삶에 대한 고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재 성악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우리가 얻은 행복감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