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1925년작 소설이며, 배경은 1922년 미국 뉴욕시와 롱아일랜드이다 . 미 고등학생들의 필독 도서일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며, 5번이나 영화화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이 중 잘 알려진 것은 1974년 잭 클레이튼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각본,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와,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2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99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의 감독 바즈 루어만은 2013년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를 고증 따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화려한 색채의 장면들과 원색적인 배경, 과하게 필터가 들어간 조명들이 그의 작품답다. 매일 밤 개츠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 장면들과 이발소 지하의 비밀 클럽 배경 음악으로 당시의 재즈 원곡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EDM이나 힙합으로 편곡하여 파티 음악으로 사용했다. 충분히 재미있는 이 작품은 원작의 심오함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론가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았다.

1920년대는 위대한 미국의 시작이자 역사적인 호황기였다. 1차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미국은 그들이 동경하던 유럽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부동산과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졸부들이 탄생하였으며 사람들은 자신의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금주령이 내려졌지만 역사상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술을 마신 시기였고, 재즈와 스윙댄스가 탄생하였으며, 신여성들과 흑인들이 함께 클럽에서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기였다. 나는 부자들과 여전히 가난한 노동자들이 공존하는 혼란의 시대를 바즈 루어만이 그린 방식이 꽤 괜찮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22년 뉴욕의 모습이다.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은 부촌인 롱아일랜드에 각각 살고 있다. 신흥 부자인 개츠비의 집은 웨스트 에그에, 톰의 저택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이 사는 이스트 에그에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 개츠비는 매일 밤 바다 건너 보이는 톰의 집 선착장에서 비춰지는 녹색등을 바라보며, 톰의 아내이자 그의 예전 연인인 데이지(캐리 멀리건)를 그리워한다. 그가 이 집을 택한 것도 매일 밤 많은 이들을 초대하여 엄청난 파티를 여는 것도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서이다.

작품 속 화자이자 개츠비의 유일한 친구인 닉(토비 맥과이어)은 그가 가진 ‘엄청난 긍정의 힘’(Gatsby’s extraordinary gift for hope)에 감탄한다. 개츠비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부를 이루었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바다 건너 초록색 불빛을 향해 뻗는 개츠비의 손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자신이 사랑한 데이지를 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전통과 역사를 가진 부자들에 대한 동경으로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미국인들의 유럽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영어를 모국어로 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모양이다. 개츠비처럼 우리도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희망을 위한 노력을 놓지 않는다는 희망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뜻인 것도 같다. 우리가 가져야 할 적절한 희망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글 | 도영진
영화 칼럼니스트, 베인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한국 및 아시아 대표 역임, CJ E&M 전략기획담당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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