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무제’
마크 로스코 ‘무제’

 

[아츠앤컬쳐] 삼성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국가총생산 중 약 1/5을 책임져왔던 슈퍼 거인이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그가 남긴 1만2천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은 1조5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가장 귀중한 자산은 방대한 컬렉션보다 ‘삼성반도체가 세계 제일이 되었듯이 우리도 어느 분야에서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제일 삼성’을 목표로 하고 달성한 이건희 회장은 ‘국보 100점 수집’의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 과정에서 진품이 아닌 것을 거액을 주고 잘못 구입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 37점, 보물 103점 등 보물급 140점을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수집도 좋아해 2015년 당시 세계적 명차 124대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휴대폰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상대로 전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건희 회장이 세계적 미술품 수집가이자 자동차 수집가였다는 것을 들고 싶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세계적 명차들은 대부분 예외 없이 나름의 아름다움을 경쟁 중이다. 그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추구한 것과 휴대폰을 비롯한 삼성 제품군들의 경쟁력과는 상관 관계가 매우 높다고 본다.

그 동안 정당한 과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나 부적절한 상속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대기업집단의 미술품 컬렉션이나 미술관 건립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 예술에 대한 사랑은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넘어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경쟁력 강화 수단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간송미술관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보물 2점을 경매 시장에 내놓았을 때 국내 언론계, 문화계가 엄청난 충격 속에 국내 보물이 경매를 통해 해외로 반출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며 강력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물론 국보급 문화재가 실제로 해외 반출되기는 힘들다고 한다. 문화재보호법상 제작 후 50년이 경과된 고미술품은 해외반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바로 이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금지하는 법률 때문에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 중국, 일본 컬렉션은 규모가 크고 볼만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 컬렉션은 거의 없거나 전시품 수준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오히려 우리나라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허용하는 것이 한류 수출과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컬렉션이 여전히 매우 빈약한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이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 나가면 세계적 미술관이나 수집가들의 주목 속에 엄청난 경매가를 기록할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소장품 중 자코메티 조각 ‘거대한 여인III’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안의 인물’ 등은 각 작품 당 1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마크 로스코의 ‘무제’도 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컬렉션이 유명한데, 이우환 화백은 일본의 유명한 예술섬인 나오시마에 이우환 미술관 건물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 세계적 작가이다.

파리가 전 세계 관광객을 모으는 원인중 하나는 루브르 박물관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역사는 프랑스 왕실이 컬렉션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시작되었다. 세계적 부호였던 라커펠러(록펠러) 가문은 뉴욕의 대표적 자랑거리인 MoMA 미술관 땅을 기증하고 최근까지도 수천억 원의 미술품 구입 자금을 기증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만큼은 어마어마했던 입생 로랭의 컬렉션들이 모두 경매 처분에 의해 흩어져 버렸던 길로 가지 말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 미국 뉴욕 MoMA가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와 어떤 도시인들에게 자긍심의 일부로 지속 발전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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