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서울예술단 이사장과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사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충무아트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종덕 사장은 한국공연예술행정의 작은 거인이다. 그는 오로지 문화예술인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특유의 사나이다운 배짱과 용기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왔다. 내년이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있는 그의 40년 무대 뒤의 삶을 조명해 본다.

1963년 문화공보부의 문화과의 주사로 공직을 시작한 그의 예술행정의 삶은 1983년 문화공보부 정책연구관, 1983~1987년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를 거쳐 1989~1993년 88 서울예술단 단장, 1994~1995년 (재)서울예술단 이사장, 1995~1998년 (재)예술의 전당 사장, 1998~1999년 (사)한국공연예술단 이사장, 1997~2002년 (재)세종문화회관 사장 그리고 6년간의 성남아트센터 사장을 거쳐 현재 충무아트홀 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의 전당의 6대 사장으로 재직 시 임기 7개월을 남긴 상태에서 노사 간의 갈등을 특유의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여 해결하고 임기를 무사히 마친 이종덕 사장은 이후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재직 시에도 노조와의 갈등 문제가 법정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명하게 대처해서 원만한 타결책을 찾았던 점은 그의 예술행정가로서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예술의전당을 거쳐 간 전직 사장들이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 하차하거나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종덕 사장은 특유의 강한 자존심과 책임감으로 임기를 끝까지 지켜낸 유일한 사장이다.

많은 기업인과 개인들이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기부하도록 제도를 만든 일은 매우 독보적이다. 예술의 전당 사장 시절부터 후원회를 만들기 시작한 그는 세종문화회관과 성남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후원회를 조직했고 현재 충무아트홀에서도 후원회를 결성하였다.

또한, 46개의 지방문화회관을 모아 전국문예회관연합회(지금은 200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운영하는 단체가 된 한문연)를 결성하였고 아시아태평양아트센터연합회를 만들어 세계적인 극장들과의 교류를 통해 예술의 전당의 위상을 높였다. 예술의 전당 지역 활성화를 위한 예장로터리클럽 창립을 주도했고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광화문포럼’을, 성남아트센터에서는 ‘탄천문화포럼’을 만들어 지역사회주민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일은 공연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술행정가로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출간한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라는 책에는 그의 무용담이 흥미진진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린 나이에 일본에 진출하여 성공한 트로트가수 김연자, 88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그룹으로 떠오른 코리아나, 지금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 정명훈이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콩쿨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 입상을 한 뒤에 당시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를 진행시킨 일화는 무대 뒤의 숨은 그림자로 살아오면서 그가 만들어낸 역사이다.

아직 책에 소개되지 않은 일화 중에는 작고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이야기도 있다. 앙드레 김이 유명인사가 되기 전이었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와 한 번만 인사를 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경호실과 협의하여 국립극장행사에 들렸던 육영수 여사와 극장로비에서 인사를 나누게 했는데 앙드레 김이 악수를 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전달한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앙드레 김은 청와대 초청을 받았고 그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종덕 사장을 따라다니는 마당발, 돌쇠, 늘 변신하고 뚝심이 강한 문화 행정가, 문화계의 불도저 같은 사람, 사나이 라는 수식어는 그가 묵묵히 걸어온 예술행정 40년의 세월을 대변해준다. 2014년 1월이면 충무아트홀 사장 임기를 마치게 되는 이종덕 사장은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팔순이라는 믿기지 않는 이종덕 사장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에선 아직도 예술에 대한 열정이 넘쳐흘렀다. 예술적 감각과 지식,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겸비한 사람 냄새, 사나이 냄새가 나는 이종덕 사장…그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한다.

글·사진 | 전동수 발행인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