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최현철 : 지난 10월 스페인 ‘내셔널 데이’ 행사에서 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오늘도 셔츠와 타이 룩이 참 멋스러워 보이십니다. 더불어 ‘열정이 가득한 나라’ 스페인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기대가 되네요.
아리아스 로메로 : 감사합니다. 저도 보통 타이를 고를 땐 스페인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붉은색 계통을 선호하는데 오늘은 노란색 타이를 했네요(웃음).
최현철 : 한국에 작년 2월에 부임하셨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요?
아리아스 로메로 :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스페인과 한국은 1950년에 수교를 맺은 이후 지속해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바로 전, 수교 60주년이었는데 이를 기념하는 문화축제도 많이 했었죠. 그동안 두 나라의 관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발전을 이뤄냈어요. 특히, 경제와 문화면에서 많은 교류를 통해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대외 활동을 하다 보면 스페인 문화, 여행, 언어 등에 관한 한국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몸소 느끼게 되는데, 스페인 대사로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현철 : 지난 5월, 환상적인 <카르멘 모타의 알마> 플라멩코 공연이 있었는데요.
아리아스 로메로 : 플라멩코는 15세기 방랑 생활을 하던 집시들이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하면서 생겨났는데, 스페인을 상징하는 종합예술로 춤뿐만 아니라 기타와 노래를 하나로 묶어서 표현해 내죠. 특히, ‘카르멘 모타’는 스페인 플라멩코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죠. ‘카르멘 모타’의 작품은 주로 플라멩코 전통에 현대무용을 가미했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작년 말, 워커힐 씨어터에서 스페인 오리지널 공연팀의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플라멩코 공연이, 올해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앙코르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현철 :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열정과 축제의 나라>인데요. 투우는 물론, 세계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함께 즐기는 토마토 축제가 인상적이었죠.
아리아스 로메로 : 축제는 스페인 사람들 삶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스페인을 대표하는 투우를 비롯해 7월이면 팜플로나 지역에서 소를 투우장까지 몰고 가는 산 페르민(San Fermin)축제가 있죠. 스페인에서 소는 성서에 나오는 종교의식의 제물 대상으로 여기는데, 투우의 기원도 이런 종교의식과 사냥을 통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면 돼요. 그리고 <라 토마티나> 축제는 발렌시아 부뇰에서 보통 8월에 열리는데, 배경은 1940년대 토마토 값이 폭락하자 농부들이 시의원에 분풀이를 하기 위해 시작되었죠. 지금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라고 보면 되고, 제가 알기로 축제 기간에 시청에서 준비하는 토마토 양만 12만kg 정도 된다고 하는데, 대단하지요.
최현철 : 스페인은 세계문화유산 최대 보유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리아스 로메로 : 스페인은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최대 보유국(총 43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슬람 문명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문화유산이 풍부한 나라죠. 강한 지역성을 바탕으로 때로는 분리와 독립이라는 충돌을 만들기도 하지만 하나로 융합된 문화가 스페인을 보다 더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최현철 : 특히, ‘가우디(Antoni Gaudi)’의 최대 걸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대성당’이 떠오르는데요.
아리아스 로메로 : 그런가요. 저 역시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가장 자랑하는 건축물이라 생각해요. 예수 탄생과 수난, 영광 등을 주제로 총 12개의 탑이 세워지는데 이 중 탄생 부분의 4개의 탑과 지하예배당만 공사 시작 100년 만인 1982년에 완공되었지요. 지금도 나머지 부분은 계속 공사 중인데, ‘가우디’ 서거 100주년 되는 해인 2026년도에 완공을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죠.
최현철 : 오페라 비제의 <카르멘>이나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 배경으로 세비야(sevilla)가 등장하는데요.
아리아스 로메로 : ‘세비야’는 스페인 최고의 방문지로 손꼽히는데, 정말 정열적이고 감성적인 도시에요. 역사적으로 로마와 이슬람 시대 유적도 많고, 도시를 끼고 유유히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올 것 같지요. 기회가 되면 꼭 세비야 대성당을 비롯해 카르멘에 등장했던 담배공장(현 세비야 대학), 플라멩코 박물관, 스페인 광장의 기운을 꼭 느껴보길 권합니다.
최현철 : 마지막으로 2013년을 맞이하며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아리아스 로메로 : 37년간 17개국을 다니며 운이 좋게도 스페인과 각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소통 역할을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스페인어 학과가 있는 대학이 15여 개나 되고 세르반테스 교실에서 매년 주관하는 스페인어 능력 시험인 델레(DELE) 시험의 응시자 수가 2012년도에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어요. 스페인 언어와 문화의 확산이 계속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라 생각하고요, 또한 스페인은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써 양국 간 많은 교류가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이런 흐름을 잘 이어나가 스페인 대사관에서도 지속적인 문화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담·글 | 최현철 사진 | 바이브스튜디오 구범석
최현철
아츠앤컬쳐 기획위원
문화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