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초겨울…
대한민국에 살면서 계절이 바뀌는 걸 즐길 줄 모르면 삶이 참 팍팍해지지요. 아무리 좋은 경치와 좋은 음식을 먹은들 마음이 즐겁지 않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

또한, 같이 즐길 친구가 없다면…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상념이 깊어집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여유로웠던 시간들은 오히려 더 바빠지고…
감성…
며칠 전 밤, 가나아트센터 마당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에 다녀왔는데 야상곡의 선율이 아직도 가슴에 먹먹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계셔서 그런가?? 암튼, 깊은 가을 그 여운은 오랜만에 맘껏 아름다운 여행을 마친 듯 가슴에 잔잔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 저는 화가라 그림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지요. 그림을 그리려고 캔버스를 마주하며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역시 삶의 팍팍함이 아니라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불장난…
요즘은 지정된 곳 이외에는 산에서 불조차 지피는 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이야 못 할 것도 없고 못 갈 곳이 없지요.

초겨울… 나무이파리도 점점 그 색이 삭아 암갈색으로 변해갈 즈음 친구랑 둘이서 불장난을 시작합니다. 나무가쟁이를 주워오고 불을 지피면 연기가 아스라이 숲에 배어들며 하늘로 오르고 잠자던 감성이 꿈틀거리지요. 토닥거리며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면서 유년의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구수하게 느껴지는 낙엽 타는 냄새… 오늘은 맘껏 불장난해봅니다. 함께 즐기지 못하고 줄 것이 없는 예술은 그야말로 돗도 없는 배를 타고 대양으로 나가는 격인 것 같습니다. 혼자 뭘 잘해보려고…

나의 가슴에 불을 질러줄 사람은 언제나 곁에 있지 않을까요??

2012년 11월 중순
싹공(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다시 차는 달의 뜻인 아호) 전병현 올림

그림 | 전병현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졸업 / 프랑스 파리
프레스코특별전(국제아트페어), 2004 코엑스 서울 / 한국평면회화 어제와 오늘, 2004 서울시립미술관
art paris, 2006 france paris / 런던아트페어, 2006 london 이슬링턴 / 걸프아트페어 두바이, 2007 두바이
개인전 ‘숲’ 2010 가나아트센터 / 개인전 ‘숲과 함께 자라는 나무’, 2012 흥국생명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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