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전통공연은 공연 양식을 통해 전통의 전승과 그 변주가 무대에서 표출된다. 이를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곳이 전통공연장이다. 여기서 전통예술작품 콘텐츠가 소프트웨어 역할을, 전통공연장이 하드웨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양자는 극장의 프로그래밍이라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고, 고객과의 접점을 이루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이다.

극장은 공연예술의 실연(performing)이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설계된 기능성 공간이요, 목적 공간이다. 이는 공연장이 이윤 추구를 우선하느냐 사회 공익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상업극장과 공공극장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연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공공극장에서 전통 프로그램을 주된 콘텐츠로 다루는 전통공연장은 전통문화콘텐츠 힘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즉 수준 높은 공연 창작, 아티스트들의 예술창작 기회 제공, 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향수 진흥 및 기회 제공 등 여러 순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뿐 아니라 예술교육, 투어, 전시, 체험 등 프로그래밍 차원에서 다루는 부분도 적지 않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공연장의 프로그래밍 특징과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전통문화의 전승, 보급, 계승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다.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기관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은 한국의 집, 한국문화의 집, 민속극장 풍류 등이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한국의 집에서는 전통음식, 전통공연, 전통혼례, 전통문화상품의 판매 및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용, 판소리, 연주 등으로 이루어지는 상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음식의 진미처럼 외국인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매우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삼청각이다. 여러 전통공연 작품을 선보인바 있는 삼청각은 요즘 한국의 맛과 멋을 전하는 ‘런치 콘서트’로 전통문화복합공간의 소담스런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문화의 집 공연은 무형문화재의 전승발전과 전통예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고 있다. 아울러 인접한 서울중요무형문화재내의 민속극장 풍류 또한 ‘금요상설 무대’ 등으로 대표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통 유산의 깊이를 전해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기관인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공간이다. 국립국악원은 정악, 궁중무 등을 주축으로 민속악과 창작악 등을 4개의 국악연주단이 그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극장 목적에 부합하는 대관공연도 병행하지만 국악연주단의 정기 및 기획공연, 국립국악원의 대표브랜드 공연, 상설공연 등이 국악의 향기를 전하는 핵심이다.

특히 상설공연 ‘토요명품공연’은 국립국악원만이 가질 수 있는 조합형 에센스 프로그램이며, 공모를 통한 신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공감! 청년국악’ 등도 맞춤형 프로젝트로서 그 의미가 크다.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으로서 명실상부한 대표극장인 국립극장의 미션은 전통의 현대적 재창조이다. 이는 전통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에 화답하는 것으로 극장의 사명인 것이다. 3개의 전속단체를 통해 한국전통예술의 미학적 완결을 추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발맞추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부터는 ‘국립레퍼토리 시즌’을 시행함으로써 전속단체 중심의 제작극장의 면모를 보여주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여러 장르의 국립단체들과 함께하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귀추가 주목될 것이다. 국립창극단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세계의 거장 연출자와 함께하는 전통공연예술 글로벌 프로젝트 ‘창극 세계화’는 2011년도의 『수궁가』 이후, 전통판소리 5바탕의 전략적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또한, 국립무용단은 21세기 무대예술 미학의 정점인 무용의 진중한 안무와 유려한 움직임을 통해 지성적인 한국창작무용의 격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과 확산의 본산은 전통공연장이다. 개별 공연장만이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래밍을 창작, 보급해야 하는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K컬처(K-culture)의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 유산의 실질적인 태(胎)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통문화콘텐츠의 힘이다.

글 | 이주영 국립극장 기획위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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