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사람들로 수놓은 곳
[아츠앤컬쳐] 일 년 내내, 형형색색의 사람들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이는 곳, 언제나 이곳은 약속 장소로, 이방인들과 여행객들로 늘 가득 채워진 곳, 배낭여행객에게는 만남의 장소이자 휴식처가 되며, 쏟아져 내리는 따스한 햇볕 아래 지친 몸을 계단에 기대어 잠시 휴식하는 여행객들을 쉽게 만나는 곳, 수많은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레스토랑과 카페, 영화관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 파리 9구의 오페라 거리 북쪽 끝에 위치한 오페라 극장이 그것입니다.
파리에는 300년 이상 된 코메디 프랑세즈,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바스티유 오페라, 라 빌레트 과학공원 내에 있는 음악단지 Christian de Portzamparc에 의해 세워진 시테 드 라 뮈직 등 많은 연극, 오페라 극장, 음악관 등이 많습니다.
나폴레옹 3세의 칙령으로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를 했고 1862년에 착공하여 1875년에 완공된, 가르니에 오페라극장은 ‘음악 국립 아카데미-오페라 극장(Académie Nationale de Musique - Théâtre de l'Opéra)’으로 명명되어 1978년까지 유지되다가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Théâtre National de l'Opéra de Paris)으로 재명명되었습니다.
좌석 수 2,200여 개, 무대 등장인물은 한 번에 450명까지 가능해,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입니다. 프랑스 제정시대 신바로크 건축양식으로 샤를 가르니에에 의해 설계된 건물로 그 당시 건축학적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정면에는 바흐, 하이든 등의 음악가들의 흉상이 놓여 있고 대연회장 천장에 그려진 샤갈의 프레스코화 <꿈의 꽃다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입니다. 이곳에서 <돈 카를로스> 등을 공연했고, 오늘날까지 오페라 600편 이상, 발레 300편 이상을 공연했던 곳으로 프랑스 오페라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파리 오페라하우스 계단은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답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과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장면을 상상해봐. 이봐 슈페어 선생, 우리도 그런 걸 지어야 한다고.” 아돌프 히틀러는 말했다고 합니다.
이 오페라 가르니에 주변의 거리 이름은 음악적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오페라 광장에서 왼쪽으로 향한 거리는 프라 디아볼로(Fra Diavolo)- 파리 초연의 작곡가 오베르(Auber)의 이름을 따서 오베르 가입니다. 우측 길은 알레비 거리(RueHalevy)로 비제와 구노의 스승으로 유대여인을 작곡한 프로망탈 알레비의 이름을 따 온 것으로 오페라극장 개관 공연 때 이작품이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건물 왼쪽 측면에서 북으로 난 길 이름은 스크리브(Rue Scribe)인데 베르디 오페라 대본작가 위젠 스크리브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뒷길은 글룩(Rue Gluck)으로 독일 태생의 오페라 작곡가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합니다.
갓 구워낸 바게트의 구수한 냄새나 고색창연한 중세풍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 사이로 문화와 예술공간이 도처에 늘어선 곳, 바로 파리의 활기찬 생명의 호흡과 같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페라 극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리가 음악가들 이름으로 명명되어 음악의 물결이 넘실대고, 긴 여정에 지친 나그네는 오페라 앞 계단과 광장에서 파리의 향취에 젖어 각자의 삶을 노래합니다.
글·그림 정택영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프랑스예술가협회 회원,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