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제정 러시아 말기, 은퇴한 여배우 아르까지나는 연인 뜨리고린과 함께 오빠 쏘린의 영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새로운 형식의 연극 창조를 꿈꾸는 그녀의 아들 뜨레플레프는 연인 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연을 하지만 아르까지나의 훼방으로 공연은 중단되고 둘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한편, 연극배우가 꿈인 니나는 뜨레플레프의 순수한 사랑을 배신하고 유명 작가인 뜨리고린을 쫓아 모스크바로 떠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뜨레플레프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뜨리고린은 아르까지나에게 돌아온다.” <자료출처 / PLAY DB>

극단 맨씨어터가 제작한 연극<갈매기>를 보러 지난 12월 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공연장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의 공연장들이 넓은 캠퍼스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고 서먹한 느낌이 드는 것과는 다르게 아담한 서강대 캠퍼스 안에 자리한 메리홀은 안으로 들어서니 친근감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밤 수많은 연극이 올려지는 대학로의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는 1896년 러시아 알렉산드린스끼 극장에서 초연된 당시에는 흥행이 처참했지만 1898년 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손을 거치면서 모스크바 국립극단 공연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작품이다. 국내에선 1966년 고(故) 이진순 선생에 의해 초연된 이후 매년 공연되고 있는 인기 있는 연극이다.

연극 <갈매기>는 안톤 체홉이 집필한 4대 희곡 중 하나로 13명의 등장인물이 복잡하게 얽혀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인 뜨레플레프를 배신하고 작가 뜨리고린에게 가는 니나, 이런 니나를 다시 배신하는 뜨리고린, 그리고 자신의 아들 뜨레플레프에게 의자와 술을 거칠게 내던지는 뜨리고린의 연인 아르까지나. 내 사랑을 알아달라며 온 몸을 바닥에 굴리는 뽈리나. 13명의 출연진들은 작품 속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력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출자 오경택은 “안톤 체홉은 스스로 ‘코메디’요, ‘삼류 연애극’이라 규정했던 ‘갈매기’의 희극성에 초점을 두고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는데 이번 공연은 희극적인 분위기 속에 재미를 느끼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의 정통연극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무대는 디자이너 정승호가 참여해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27m의 무대는 오브제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무대장치가 없다. 무대는 등장인물들이 연기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한다. 무대에서는 사랑과 미움, 시기와 질투, 욕정과 좌절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의자와 술, 음식과 종이, 포크와 나이프와 함께 무대에 과감히 내동댕이쳐진다.

연극<갈매기>속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미련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들어있고 소설 속에 존재하는 환상이 들어있다. 연출 오경택의 새로운 해석이 만들어낸 작품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처음 도입부에는 복잡한 관계설정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했지만 2시간45분간의 공연시간 내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특히 극에 삽입된 애수 짙은 음악들은 러시아특유의 낭만이 넘쳐났는데 무대에서 뜨레플레프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신선했고 아직도 기억이 새롭다. <갈매기>에 삽입된 음악들이 감성을 자극했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극적인 내용을 웃음과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연극<갈매기>.... 채워지지 않는 욕망,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위해 165분 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연기를 해준 출연진 쏘린 역/이문수, 샤므라예프 역/김세동, 도른 역/김태훈, 뽈리나 역/황영희, 아르까지나 역/우현주, 뜨리고린 역/박호산, 마샤 역/정수영, 뜨레플레프 역/박해수, 니나 역/전미도, 메드베젠꼬 역/이창훈, 야꼬프 역/이기섭, 요리사 역/ 황이건, 하녀 역/이은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국내에서는 음악평론가, 예술의전당 비전위원,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아츠앤컬쳐 발행인으로 활동중이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국립극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신대학교 서울평생교육원에서 ‘전동수의 발성클리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글·전동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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