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Lloyd Webber’s The Really Useful Group

 

[아츠앤컬쳐] 

뮤지컬의 종주국은 영국일까 미국일까? 이는 뮤지컬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을 1760∼1830년경에 이르는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서민대중의 요구에 부응하여 태동하기 시작한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무대 예술의 하나’라고 보면 뮤지컬의 종주국은 영국이 틀림없다. 1700년대에 이르면서 두 가지 뮤지컬 형식, 즉 발라드 오페라와 코믹 오페라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성행했고, 1728년에 등장한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 The Beggar’s Opera>가 1730년에 등장한 미국의 발라드 오페라 <폴로라>를 2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의 정의를 제 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 생겨나 발달한 종합무대 예술의 한 형식’이라고 정의를 내리면 뮤지컬의 종주국은 당연히 미국이 된다. 근대적 개념의 뮤지컬 코메디의 발전기로 보는 1850년에서 1890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1866년에 9월 12일 브로드웨이에서 <검은 옷의 부랑자(Black Crook)>가 개막되어 474회라는 기록적 공연을 하였다.

 

<The Black Crook>는 근대적 개념의 “북 뮤지컬”과 일치하는 첫번째 작품으로 간주된다. 반면 영국에서는 그로부터 무려 26년이나 지난 후인 1892년에야 <도시에서 In Town>, 그리고 1893년에 <게이티 걸(A Gaiety Girl)>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근대적 개념의 뮤지컬 탄생에 있어서는 미국이 영국을 앞서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미국은 또한 경제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1927년 쇼보트(Show Boat)를 개막하는데, 오스카 헤머스타인 II(대본/작사)와 제롬 컨(작곡)이 만든 쇼보트는 미국의 뮤지컬 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작품이자 진정한 "musical play”로 간주되는 미국의 첫번째 뮤지컬 작품으로 이전의 오페라타나 뮤지컬 코메디, 레뷰 등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대적 뮤지컬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1929년에서 1939년에 이르는 경제대공황 기간에는 양국 모두 이렇다 할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으나, 1940년대부터 미국은 뮤지컬의 황금기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1943년 <오클라호마>, 1949년 <남태평양>, 1950년 <아가씨와 건달들>, 1954년 <피터팬>, 1956년 <마이 페어 레이디>, 1957년 <시카고>, 195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9년 <사운드 오브 뮤직>, 1964년 <헬로우 달리>, 1965년 <지붕 위의 바이올린>, 1967년 <헤어>, 1975년 <코러스 라인> 등을 줄줄이 선보인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대반격과 브로드웨이 공략이 시작되는데, 이때 등장하는 인물과 회사가 바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그의 회사 <진짜로 쓸모있는 그룹 The Really Useful Group>이다.

뮤지컬의 종주국답게 영국은 관객 수준이 높고 전위적인 장르 수용도 가능한 나라로 2010년 기준, 공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30만 5,800명에 달하며, 뮤지컬 입장료 수입이 1억 7,840만 파운드(한화로 약 3천 5백억원)에 달한다. 영국 내 극장 협회인 SOLT(Society of London Theatr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공연 관람객 수는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200만 명에 달하며, 런던 웨스트 엔드를 중심으로 50여 개의 극장이 포진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묶여 상업공연의 중심시장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공연문화의 중심국가로서, 국민들이 영화보다 공연을 더 많이 볼 정도로 공연문화가 보편적이며, 상업공연과 비상업공연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이러한 영국 공연산업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회사가 바로 그들이 약칭으로 부르는 럭( RUG/The Really Useful Group)인 것이다. RUG은 영국 뮤지컬 산업의 핵심 축으로, RUG를 이해하는 것이 곧 영국 뮤지컬 산업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1977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설립된 RUG는 극장사업, 공연,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 콘서트 프러덕션, 머천다이징, 잡지 출판, 레코딩 및 뮤직 퍼브리슁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런던과 시드니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로이드 웨버가 만든 뮤지컬 작품들을 세계 곳곳에서 흥행 및 라이센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RUG는 설립 배경도 재미있고, 회사의 이름도 재미있으며, 회사 로고까지도 매우 크리에이티브하다. 로이드 웨버는 1970년대에 가장 성공적인 공연기획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로버트 스틱우드와의 계약 조건에 좌절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자신의 저작물을 직접 관리하기로 결심한다. 회사 이름 또한 <토마스와 꼬마 기차>라는 동화에서 기차들이 “Really Useful Engines”로 언급되는 것을 보고, “The Really Useful Group”이라고 지었으며, 회사로고도 진짜로 쓸모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맥가이버 나이프를 로고로 삼게 된다. 정말 흥미롭기 그지 없다.

이 RUG의 수장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무려 7개의 토니와 3개의 그래미, 7개의 올리비에, 골든 글러브, 오스카, 2개의 에미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1992년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RUG의 한 사업본부인 The Really Useful Group Theatres는 현재 좌석 총계가 11,000석에 이르는 7개의 극장을 런던 내에 소유하고 있는 런던 최대의 극장재벌로서 The Adelphi Theatre(미국 네덜란더사와 공동 소유), The London Palladium, Theatre Royal Drury Lane, The Palace, A Victorian Gem, The New London, Her Majesty's Theatre, The Art Deco Cambridge Theatre가 RUG의 소유이다.

이는 좌석당 평균가격을 100,000원으로 볼 경우 하루 밤 최대매출이 대략 11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현재 Adelphi Theatre에서는 <One Man, Two Guvnors>가 공연되고 있는데 이는 2012년 2월 25일에 폐막 예정이며, 2012년 3월부터는 <스위니 타드 Sweeney Todd>가 공연될 예정이다. Cambridge Theatre에서는 현재 <뮤지컬 마틸다 Matilda The Musical>가, Her Majesty’s Theatre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Phantom Of The Opera>이, London Palladium에서는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가, New London Theatre에서는 <워 호스 War Horse>가, Palace Theatre에서는 <싱잉 인 더 레인 Singin' in the Rain>이, Theatre Royal, Drury Lane에서는 <뮤지컬 쉬렉 Shrek The Musical>이 상연 중에 있다.

물론 이중에서 RUG의 쇼는 <The Phantom of the Opera>,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 <The Wizard of Oz> 세 개 뿐이지만 어쨌거나 한 회사가 7개의 극장에서 7개의 쇼를 동시 다발로 상연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UG의 또 다른 사업본부인 The Really Useful Theatre Company는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직접 제작하여 흥행해오고 있는데, <The Likes of Us>,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 <Jesus Christ Superstar>, <By Jeeves>, <Evita>, <Tell Me On A Sunday>, <Song & Dance>, <Cats>, <Starlight Express>, <The Phantom of the Opera>, <Aspects of Love>, <Sunset Boulevard>, <Whistle Down the Wind>, <The Beautiful Game>, <The Woman in White>, <Love Never Dies> 등이 이의 대표적 흥행작들이다.

로이드 웨버의 가장 최신작인 <Love Never Dies>는 2010년 3월 런던의 아델피 극장에서 개막하여 2011년 8월 27일에 폐막되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후속작으로 알려져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이 작품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원작 스토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웨버는 이것을 <오페라 유령>의 후속작품이 아닌 독자적인 작품이라고 선언했지만, 스토리는 어쨌거나 팬텀이 사라진 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크리스틴 다애가 어떤 익명의 극장장에 의해 코니 아일랜드의 한 극장에서 공연하도록 초대되며, 크리스틴은 남편 라울, 그리고 아들 구스타프와 동행하게 되는데, 이들은 크리스틴을 초대한 사람이 바로 팬텀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길을 나선다는 것으로 보아 영낙없는 <오페라의 유령>의 후속 이야기이다.

 

<선셋 블러바드> 이후 <Whistle Down the Wind>, <The Beautiful Game>, <The Woman in White> 등이 모두 이렇다 할만한 흥행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RUG는 <Love Never Dies>에 큰 기대를 건 듯했으나 이 작품 역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약 1년 반만에 막을 내린다. 예정되었던 브로드웨이 개막 또한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일본 진출 또한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 작품은 2011년 5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멜버른의 리전트 씨어터에서 공연함으로써 겨우 그 불씨를 살렸으며, 2012년 1월부터 시드니의 캐피털 씨어터에서 약 5개월간 공연하기로 되어있다. 웨버는 이 시드니 프러덕션을 브로드웨이로 가져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웨버의 희망대로 될 지 자못 궁금하다.

RUG 작품의 아시아 지역 총괄 흥행 및 관리를 맞고 있는 Really Useful Company Asia Pacific(RUCAP)은 호주 뮤지컬 산업의 핵심 회사로서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들과도 밀접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호주는 물론,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RUG 소유 공연물의 라이센싱 및 프토덕션 활동을 관장하며, 특히 일본에서 장기 공연되는 라이선스 작품의 관리감독은 물론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등과 같은 시장에서 직접 흥행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한 디즈니 작품들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흥행작들을 호주 내에 수입하거나 이를 아시아 지역에 배급하는 일에도 관여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런던에서 열린다. 이를 두고 로이드 웨버는 2012년 여름 런던 공연계는 피바다(‘bloodbath)가 될 거라고 단언했다.

로이드 웨버는 최근 Radio 4의 Today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최근 공연 예매율이 평상시의 10% 수준밖에 안된다고 밝히면서 "아무도 공연을 보러 가지 않을 거예요. 런던의 대부분의 공연장들이 문을 닫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문을 닫지 않겠지만 그의 7개 극장 중 세 개는 올림픽 기간 중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 게임이 끝난 이후에는 2011년 토니상 수상작인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스파이스 걸 Spice Girls를 기초로 만든 뮤지컬을 비롯한 몇 개의 작품이 런던에서 개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으로 내년 여름 공연장이 다소 썰렁해질 지 모르지만 런던 시민들 그리고 런던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공연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런던홍보기관인 ‘런던 앤 파트너스’에 따르면 내년 여름에 29개의 공연이 런던에서 흥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공연들은 내년 가을까지 이례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연시장도 올림픽 기간 동안 썰렁해질 지 모르겠다. 월드컵 같은 큰 경기는 확실히 공연티켓판매에 차질을 빚어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과 공연을 즐기는 사람은 따로 있으며, 이 둘 다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다.

올해로 64세가 되는 웨버가 흑룡의 해를 맞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불후의 명작을 하나 더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진짜로 쓸모있는 그의 회사가 세상 사람들에게 진짜로 쓸모있는 감동을 영원히 줄 수 있도록!

글 김향란 뮤지컬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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