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민의 피리, 세상을 만나다
[아츠앤컬쳐] 블루노트
저녁 8시, 10시반, 그리고 밤 12시30분 세차례에 걸쳐 매일 재즈공연이 열리고, 일요일 낮 12시반, 2시반 두차례에 걸친 공연은 브런치를 즐기며 재즈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이미 유명세를 탄 뉴욕의 명물, 재즈카페이다.
7시 30분, 공연시작 30분전 카페 입구에 들어섰다. 이미 카페안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빈 좌석을 찾기가 어려운 듯 안내하는 점원이 나를 가장 구석자리로 인도하려다가 운이좋게도 무대가 잘 보이는 가운데 테이블에 다른 손님과 합석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옆에 앉은 다른 일행의 손님들과 몸이 닿을 만큼 비좁은 테이블과 의자사이에 앉아 바라보는 무대, 한시간이 조금 넘게 이어진 공연..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무대를 향해 몸을 돌리고 앉아 음악을 즐긴다. 다섯명의 노장 음악가들의 연주. 매우 차분한 음악 속에 따뜻하고 오묘한 화음, 현란하고 기발하고 노련한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길고 긴 호흡.. 그것은 여유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색소폰 연주자는 연주를 하다가 어느 순간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그의 손바닥은 이내 악기가 되고, 손바닥으로 내는 그의 박수 소리는 이내 리듬이 되어 하모니를 이룬다. 음악을 마무리하며 트럼펫 연주자는 현란하고 길게 내뿜는 파워풀한 소리 대신에 리드에 가는 호흡을 짧게 불어내며 숨소리만을 뿜어낸다. 그 무엇에도 규정지어지거나 구속되지않는 자유로운 표현이었다. 시종일관 건반을 움직이는 노장 피아니스트, 그의 손은 마치 나비처럼 가볍다. 가볍고 가벼운 손가락의 움직임이 건반을 지나는 순간 멜로디는 하늘을 날아오르고, 베이스의 중후한 현의 떨림이 더해질때면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다.
무대 위 어깨가 굽고 머리가 새하얀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 다운 노인이 있을까..? 식지않는 열정을 가지고 당당하고 소신있게 자신의 삶을 즐기며 행복으로의 길을 가는 사람들..
뉴욕의 지하철 역사 안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머리가 희끗한 연주자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래된 단원들, 작은 재즈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어르신들, 오픈마이크 시간을 통해 너도나도 마이크를 잡고 전문 재즈연주가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평범한 이웃주민들..
잘하든 못하든 누구도 눈치를 보는 사람도 없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없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도 없다. 단지 음악을 느끼고, 인생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뉴욕의 중심, 맨하튼! 예술가들의 꿈!
세계의 3대 명문 음악대학인 줄리어드 음대나 맨하튼 음대를 졸업하고도 이곳, 맨하튼에 자리를 잡고 연주활동을 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만하다. 맨하튼의 비싼 집세를 견디지 못해 브루클린으로 또는 퀸즈로 거처를 옮긴 뮤지션들의 꿈,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 타임스퀘어 근처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매일 연습과 오디션을 보는 무명 뮤지컬 배우들의 꿈이 있는 곳!
치열한 삶과 음악, 높은 빌딩 만큼이나 비싼 집값으로 삶은 비록 궁핍하지만 그 자유로움과 도시 곳곳에 산재한 음악과 문화로 인하여 그 어느 곳보다 풍요로운 곳! 그 어떤 광경과도 비길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허드슨 강의 야경, 도시와 숲이 어우러져 있고, 바다와 빌딩이 맞닿아 있는 곳! 뉴욕, 맨하튼!
꿈이 있는 곳, 누구나 꿈을 꾸는 그 곳. 식당 종업원도, 택시 드라이버도, 뒷골목 음악가도, 명문교의 대학생들도, 길거리 악사들도... 모두가 꿈을 꾸며 사는 곳! 그곳은 바로 미래!
미래를 꿈꾸는 그 곳에서는 현실의 고단함이나 각박함 조차도 생생한 꿈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일 만나는 다양한 청중들과 매일 만나는 놀랍도록 훌륭한 많은 음악가들.. 그 짜릿한 흥분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매일매일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치열한 그곳에서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 꿈이 있는 곳, 그곳은 바로 미래!
각박한 도시와 고단한 삶이 있는 그곳은 구석구석 예술이 살아 숨쉬기에 현실의 고단함보다는 미래와 희망이 빛을 발하고 도시의 각박함을 넘어서는 뜨거운 열정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
가민의 피리, 세상을 만나다
2006년 피리음반으로 최초로 크로스오버 장르의 ‘가민의 마술피리’ 음반을 발매, 2007년 예술평론가 협의회에서 신인예술가상을 수상하며 ‘이 시대의 서정적 매혹의 마술피리’ 라는 호평을 받으며 이 시대의 뮤즈로 활발히 활동해온 피리 연주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부수석단원을 역임하고, 지난해 예술가로서의 독립을 선언! 전통악기 피리를 들고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꿈꾸며 올 초, 그 첫 발자욱을 뉴욕에 내딛었다. 작은 악기 피리를 들고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한 가민의 여정 <가민의 피리, 세상을 만나다!> 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며, 뉴욕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질 것을 그녀는 꿈꾼다.
멋진 사람들! 음악은 이렇게 어디에서나 살아 숨쉬며 존재하고, 사람들은 살아있는 음악을 통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삶을 누린다.
아티스트 가민 (강효선)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박사과정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