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이 그려낸 드라마발레의 결정판

 

[아츠앤컬쳐] 2009년 초연 당시 객석을 눈물로 적시며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손꼽힌 드라마발레의 명작,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이 11월 12일부터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푸쉬킨의 소설에 담긴 풍부한 문학성과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 음악 위에 탄생한 <오네긴>은 2004년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내한하여 마지막 장면에서 크게 오열하며 막을 내려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바로 그 작품...

불 같은 사랑의 열병, 그 지울 수 없는 고통!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을 향한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이 주요 테마로 사랑하는 이와 외면하는 이의 심리변화가 손에 잡힐 듯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에서부터 짝사랑의 아픔을 넘어선 성숙한 '여인'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타티아나의 섬세한 연기력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이다.
2009년 9월, 중국 국립발레단에 이어 아시아 단체로는 두번째로 공연되었던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그 때의 감동을 재현하며 2011년 가을, 또 한번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타티아나'의 사랑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푸쉬킨 소설 토대, 엇갈린 사랑에 의한 심리변화!
러시아 대문호 푸쉬킨(Pushkin, 1799~1837)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오페라, 발레,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차이코프스키’의 작곡으로 오페라가 만들어지고, ‘존 크랑크’의 안무로 참신하고 새로운 3막 6장의 전막 발레가 만들어졌다.

발레 <오네긴>에서는 원서보다 드라마 요소를 한층 더 끌어올려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서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발레에서 ‘오네긴과 타티아나가 서로에게 보낸 편지가 무참히 찢겨지는 장면’은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다. 원작에는 타티아나의 꿈 장면은 악몽으로 표현되지만 발레에서는 타티아나와 오네긴이 사랑의 2인무를 춤추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발레 <오네긴>이 소설 <오네긴>에 비해 로맨틱해졌다.

드라마발레, 무엇인가?
19세기를 대표하는 낭만발레의 정수 <지젤>(1841년 초연)과 고전발레의 백미 <백조의 호수>(1877년 초연)가 있다면, 20세기 최고의 드라마발레로 손꼽는 존 크랑코의 <오네긴>이 있다. 이 작품은 ‘표현이 생명인 드라마발레의 요람’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발레와 기존 발레(클래식,로맨틱발레)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선, 드라마발레에는 고전*낭만발레의 소통수단인 ‘판토마임’이 없다. 그 대신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표정이나 미세한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한 클래식발레에서 당연히 등장하는 ‘그랑 파드되’나 스토리와 상관없이춤의 향연을 펼치는 ‘디베르티스망’이 없다.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는 것이다.

 

안무가 존 크랑코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오네긴>
발레 <오네긴>의 음악은 오페라 <오네긴>과 다르다. ‘존 크랑코’는 독일 작곡가이자 편곡자인 ‘쿨트 하인즈 스톨제(K.H.Stolze 1926~1970)’를 찾아가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음악에서 발췌하여 발레 <오네긴>을 위해 편곡해 줄 것을 의뢰했다. ‘스톨제’는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오네긴>의 음악이 아닌,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음악 28곡을 편곡하여 발레 음악을 완성했다.

‘크랑코’가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 <오네긴>의 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관객들에게 오페라 <오네긴>과 발레 <오네긴>이 전혀 다른 작품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의도이다.

발레 <오네긴>에 사용된 음악들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들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곡들이다. 이는 발레 <오네긴>의 로맨틱한 정서와 잘 일치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막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2인무에 사용된 환상서곡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Francesca da Rimini)>로서 두 사람의 격정적 사랑이 절정을 이루는 부분이다. 또한 1막 올가와 렌스키의 2인무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 1막 오네긴의 독무에는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Op. 19) 중 녹턴’, 2막 결투전 렌스키의 춤은 <사계> ‘10월 가을의 노래’를 사용, 음악과 춤이 어울러져서 더욱 인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그 외 ‘피아노를 위한 18개의 소품(Op. 72)’, ‘오페라 <체레비츠키(Cherevichki)>’, 환상서곡<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피아노를 위한 소품 가운데 왈츠, 마주르카, 폴로네이즈를 편곡하여 발레 <오네긴>의 감성을 높이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기적! 20세기 드라마발레의 선구자
안무가, 존 크랑코 (John Cranko 1927~1973)

독일의 작은 지방 단체였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 존 크랑코는 1946년 영국으로 건너가 Sadler’s Wells School에서 수학하며 춤과 안무를 병행하던 중 무용을 그만두고 23세에 안무가로서 Sadler’s Wells 와 Royal Ballet 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안무에 매진한다. 뉴욕시티 발레단, 파리 오페라발레단 등 세계최고의 발레단과 작업을 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196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후 그는 최고의 무용수들인 마르시아 하이데, 리처드 크레이건 등을 이끌며 연달아 많은 수작들을 발표했다.

미국 투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4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기까지 그는 안무가로서 20세기 후반의 빼어난 전막 발레를 만들어 온 몇 안 되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었다. 다른 안무가들에 비해 극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강조하여 드라마발레의 대가로 불리운 그는 섬세한 감정 묘사들을 결합하여 매우 극적이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이 결과 <오네긴 (1965)>, <로미오와 줄리엣 (1962)>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 (1969)> 등 그의 대표작은 세계적인 레퍼토리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존 크랑코의 작품은 드라마틱한 안무로 인해 무용수들의 테크닉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표현과 연기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유럽의 주요 발레단 중 하나로 격상시켰으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존 크랑코 발레단' 이라는 수식어가 성립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안무 이외에도 고급스런 색감으로 치장한 무용수들과 극의 분위기를 적절히 표현해 낸 무대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2011년 11월 12일(Sat) ~19일(Sat)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티켓 VIP석 10만원 I R석 7만원 I S석 5만원 I A석 3만원
주최 유니버설발레단
협찬 세아베스틸, 신영증권, 대웅제약, 아디다스
예매 LG아트센터 02)2005-0114 / 인터파크 1544-1555
문의 02)2005-0114
연령 초등학생 이상(만 7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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