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 162.2×130.3㎝ Mixed Media, 2019
201902, 162.2×130.3㎝ Mixed Media, 2019

 

[아츠앤컬쳐] 하태임의 화면을 보면 우선, 그녀가 만들려고 하는 것이 다층적 혹은 ‘미세차원’의 시공간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색의 획으로 구성된 켜켜이 쌓인 공간은 평면적이지만 다층적 깊이를 만들고 그것이 깊은 하나의 공간으로 여기게 한다. 하지만, 하태임 화면이 가지는 제 1의 매력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과 절제이다.

오랜 기간, 동일 행위의 반복과 수련을 통해서 그녀만의 감각, 즉 중성적이고 우아한 그러나 경쾌한 색들의 획과 그들의 세계를 화면에 만들어냈다. 그녀의 색은, 우리의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고 조금 더 중성적이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획들도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을 만치의 놀랄만한 절제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견 속도감이 덜하여 역동적이지 않거나 감성이 덜 드러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하태임이 만들어 내는 화면의 특질이며, 이 특질의 근원은 감각의 절제와 반복의 숭고이다.

나는 늘 미술작품을 보면서 의식 혹은 표현의 과잉에 대해 생각한다. 표현을 극단적으로 강화하는 기예의 측면이 먼저 눈에 띄거나, 반대로 행위와 형식에 경도되어 의식과 예술에 대한 강령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를 양극단으로 놓고 작품이 가진 과잉이 어느 쪽인가를 가늠한다. 그러나 하태임의 경우는 애매모호한 중립지점 혹은 영역에서 자신의 위계를 만든다. 의식과 강령은 화면 안에 숨고 절제를 통해서 기예로 흐르지 않는 절충 혹은 균형을 만든다.

유쾌하나 과(過)하지 않고 밝으나 경박하지 않은 화면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재주이자 감각이자 특장(特長)인 듯싶다. 단지 색채와 형태로 하나의 화면을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그녀는 적절한 깊이와 유쾌함의 절충을 감각적으로 만들어 내며, 그러한 균형감이 운율을 만들고, 공감각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이 하나의 화면에 구현된 세계가 된다. 유동적이지만 질서가 존재하는 혹은 질서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그런’ 세계가 그녀의 화면이다. 나는 그녀를 통해서 화면을 구성하는 솜씨와 놀랄만한 절제를 본다.

 - 김영민(전시기획자)/유쾌하나 절제된 세계/하태임 개인전 평론 글에서 부분 발췌

 

그림 | 하태임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였으며, 귀국 후 홍익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파리, 베이징, 뮌헨 등 국내외에서 총 26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2018년 까지 삼육대학교 미술 컨텐츠학과 전임교수를 지내다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1999년 모나코 국제 현대 회화전에서 모나코 왕국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삼성전자, 서울가정행정법원과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회담이 열렸던 싱가폴 카펠라호텔 로비 등 주요 장소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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