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CREWS-CHUBB: THE WAY THAT HE DOES IT

[아츠앤컬쳐] DANIEL CREWS-CHUBB 'FLOWERS'

 

Daniel Crews-Chubb, Flowers 10 (red and yellow), 2021, Oil, acrylic, ink, pastel, charcoal, spray paint, pumice gel and collaged fabrics on canvas, 100 x 70 cm
Daniel Crews-Chubb, Flowers 10 (red and yellow), 2021, Oil, acrylic, ink, pastel, charcoal, spray paint, pumice gel and collaged fabrics on canvas, 100 x 70 cm

 

20-MAR-2021   -   16-MAY-2021

사이 올리버와 트루미 영의 1930년대 명곡에 따르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결과에 도달하는 하는 방식’ 이다. 다니엘 크루스 처브는 구상화가이지만 그의 성공의 근원은 그가 묘사하는 것들이 아닌 작업의 방식에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작업을 분석하기란 결코 쉽지 않는데, 작가는 ‘마치 재즈를 정의하려 하는 것과 같다’ 고 말하며 ‘재즈는 그저 재즈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바라본다면 크루스 처브의 재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루스 처브 특유의 작업 방식은 이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그는 ‘그저 많은 것을 캔버스에 던진다' 고 말한다. 오일 페인트, 잉크, 파스텔, 스프레이 페인트, 목탄, 그리고 시멘트와 같은 질감의 퍼미스 젤이 캔버스를 뒤덮는다.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재료의 위계질서 따윈 없이 목탄으로 그려진 라인들이 두껍게 덧칠 된 유화 물감 위를 지나가고 잉크 또한 캔버스를 물들이거나 두꺼운 페인트 위에 뿌려질 수도 있다.  붓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손수 드로잉하고, 던지고, 짜 내고, 문질러 바르며 완성된다.

둘째, 작업을 하며 추가적으로 덧대어 지는 캔버스 조각들은 눈에 띄게 층을 이룬 콜라주를 조성하며 표면의 균일함을 무너뜨린다. 곳곳의 날 것 그대로의 캔버스가 전체적 카오스 속에서 ‘숨쉬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하나의 작품 안에 다양한 마감의 형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빠르고 즉흥적인 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프레임을 입체적으로 감싸는 형태를 통해 작품을 이미지가 아닌 오브제로 인식하도록 한다.  직관적이고 통제가 어려운 방식이다. 크루스 처브는 빠르게, 즉흥적으로, 때로는 바닥 위에서, 때로는 벽에 기대며, 모험을 하고, 마음을 바꾸고, 실험하고, 두꺼운 임파스토와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 거칠게 긁히는 라인들 과의 조합을 즐기는 작업을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캔버스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는 이 시리즈를 '9인분의 디너 파티를 위한 요리' 하듯이 완성하였다 한다.

그 결과 만들어진 작품들은 마치 조각처럼 두껍게 쌓인 유화 물감과 퍼미스 젤, 드로잉 같은 목탄라인, 콜라주의 패치워크가 뒤엉켜 있다. 이러한 작품을 보며 회화가 아닌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여러 요소의 집합체인 작가의 작품은 분명히 회화적 언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크루스 처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을 하며 드러나는 추상적 요소들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거리를 둔 작업들을 보며 "흉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말한다. "찢어지고, 벗겨지고,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고 부스러진다." 하지만 그것만의 미학이 있다. 그 특유의 아름다움, 크루스 처브의 재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추상화를 그리지 않는다. ‘명확한 출발점이 없으면 어디에 자국을 남겨야 될지 모를 것 같다’ 말하는 작가의 출발점은 어떻게 보면 ‘던지기’의 연장선이다. 머리, 누드, 연인, 숲, 그룹 등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그리고 다소 낭만적인 미술사의 주된 소재들을 거리낌 없이 작업에 던진다. 작가의 뮤즈는 동굴 벽화에서부터 고대 미술품, 르네상스 조각품, 현대 거장들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시각적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사는 단순히 작품 속 주제에만 머물지 않으며 사용된 테크닉 또한 드 쿠닝의 즉흥성, 뒤뷔페의 진흙 같은 텍스처, 아우어바흐의 끊임없는 수정, 바스키아의 그래피티와 회화의 조합, 바젤리츠의 형상의 와해, 브람 보가트의 무게 있는 페인트, 그리고 로즈 와일리의 겹겹의 덧붙이기 등 방대한 미술사 속 여러 작가들의 테크닉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독창적이지 않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크루스 처브는 개의치 않는다. '예술이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시각적 수집가인 그는 전통 우화가 세대를 거쳐 전달되듯 당시대의 이슈 및 시대정신을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예술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 하지만 작가는 상징주의에 관점을 두지는 않는다. 의미보다는 형태에 집중하고 존재론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사용되는 모티브는 그저 시각화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롤랑 바르트가 말하듯 작품은 저자를 넘어서며, 크루스 처브의 작업방식에 대한 더 넓은 해석 또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미지 과포화 현상에 대한 평론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작가의 거침없는 미술사 내의 발굴은 인터넷 서핑과 다를 바 없다고 예측해 본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속에서 버튼만 누르면 존재하는 모든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우리에게 모티브는 지나친 반복과 기기 화면의 한계에 의해 둔화되며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며 판단해야 될 이유가 된다.  '어떻게 보면 나는 반동주의자다. 내 작품의 텍스처는 디지털 이미지의 평탄성에 대한 반응이다' 말하는 작가는 회피하고자 하는 바로 그 디지털 이미지로 인해 자신의 작품이 평가절하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다.  

이번 전시는 꽃을 다룬다.  이 주제는 무엇을 의미할까? 작품 속 꽃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꽃이나 다른 작품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 작가의 상상 속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여전히 미술사의 흐름을 쫓는다. 네덜란드의 황금기, 마네, 모네, 팡탱 라투르, 반 고흐, 오키프, 워홀, 카츠, 톰블리, 무라카미... 꽃의 역사는 밝게 타오른다. 특히, 꽃은 명확성과 패러독스를 부여한다. 난해하게 뒤엉켜 보는 이에게 이해해보라 도전하는 형태들과는 달리 꽃은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어 ‘명확한 모티브를 통해 작업방식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한 다채로운 색감, 아름다움, 편안함 등을 연상하게 하는 ‘꽃’ 이라는 소재에 반해 실제로 보이는 것은 지저분하고, 산만하고, 직접적이며 공격적이라는 패러독스를 자아내며 크루스 처브의 미학적 모순성을 나타내는 이상적인 소재이다. “왜 요즘같은 시대에 지극히도 상투적이고 예쁘기만 한 꽃을 그리느냐 자문했을 때, 바로 그런 이유가 그 작업을 대담한 일로 승화시킨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예측적인 해석을 해보자면 우리는 수세기 동안 아름다운 꽃들을 보아오며 그러한 아름다움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새롭게 시도해볼 여지도 남아있지 않아 할 수 있 건 과거의 아름다움을 더러운 제 2의 형태로 타락시키는 것뿐이다. 꽃은 종종 바니타스로써 우리에게 죽음의 불가피함을 상기시키듯이, 아름다운 꽃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크루스 처브의 꽃들은 시대의 종말을 기린다.

따라서 꽃은 작가의 실험적 작업을 위한 이상적인 소재이지만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각적 언어, 이미지가 아닌 표면이다. 너무나도 특이한 이 언어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고, 작가의 작업이 그러하듯 보는 이의 반응 또한 직관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작품들과 한 공간에 머물며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시간 속에서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눈 앞의 언어가 스며들고 크루스 처브의 재즈와 리듬을 맞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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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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