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철학은 시대의 고통과 인간 영혼의 상처를 읽고 치유하는 의사다”ㅡ니체

구광모의 작품은 아프다.

무언가 아카데믹한 구조가 없고 서사도 보이지 않는데 ‘쿵’하고 던진 내면의 이야기가 내 것 같아 심연으로 깊게 빠져든다. 여러 겹으로 칠해진 색들과 거칠게 춤추다 스스로를 지우는 붓 터치를 따라 마치 숨을 쉬듯이 그림 저 안쪽 너머로 빨려들어가다 보면 이내 고요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면서 나를 꼼짝 못하게 휘감아버리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그렇게 낯선 듯 낯익은 나를 만나는 시간 위로 불현듯 눈물이 흐른다.

구광모의 작품은 모순으로서의 삶의 본성과 그것이 부정되어야 할 필연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창조하도록 자극한다. 심연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기투하는 넘침과 상승의 정조를 전달하고 초월에로 향하는 행위를 한다. 작품은 이렇게 ‘철학적 위로’가 된다. 화가에겐 예술이란 자신이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니체의 그것처럼 작품은 철학을 예술화함으로써 데카당스를 물리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하려 한다.

우리 모두 아프다. 모두가 지치고 우울해졌다. 실업과 폐업, 관계에서의 고립…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들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두그고것 에서 위로를 얻는다. 철학은 그렇게 기존의 절대주의적 가치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그런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내면이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예술은 그런 철학을 행위 하게 한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작가와 관람객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미술비평 Jungin Michelle Lee

그림 | 구광모

작품 소장처 모스크바 DAVID RU 미술관 ,세종대학교, 포스코 대우 인천 송도 국제무역센터, 유나이티드 제약, 나봄리조트, 동해금속, 기타 다수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