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 새롭게 개화한 해오름극장에 피어오를 최초의 서양 관현악

- 김택수의 더부산조 - 가야금 산조 품은 오케스트라

- 베를리오즈,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가 선사하는 화려한 음향 만찬

- 지휘 홍석원, 협연에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나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_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_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박선희)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재개관 기념공연 개화, 피어오르다92()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최적의 자연음향 환경을 갖춘 해오름극장에서의 첫 서양 관현악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어떻게 품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근현대 클래식 음악의 풍성한 음향 미학을 경험할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공연의 포문은 19세기 오케스트라의 변화를 이끈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서곡이 연다. 이탈리아 민속 춤곡의 화려하고 경쾌한 리듬, 관악기가 돋보이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독특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협연으로 연주된다. 오늘날 가장 화려하고 차이콥스키적인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바이올린이 지닌 아름다운 음색과 표현력을 오롯이 즐길 기회다.

특히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음악에 담은 김택수의 더부산조를 주목해보자. 코리안심포니의 위촉으로 2017년에 초연된 이 곡은 한국의 여러 가야금 산조를 서양 관현악에 녹여냈다. 동서양의 이질적인 소리 융합으로 빚어진 새로운 음향이 특별한 감상 경험을 안긴다.

공연의 대미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모음곡이 장식한다.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음악 중 하나로 화려하고 웅장한 색채감과 이국적인 정취가 청자를 매혹한다. 이번 무대에는 불새의 자장가와 피날레 부분이 추가된 1919년 버전으로 연주된다.

포디움에 오르는 홍석원은 한국인 최초 오스트리아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역임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페라와 발레, 심포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제13대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협연자 신지아는 유서 깊은 시벨리우스, 하노버, 차이콥스키, -티보 국제 콩쿠르 우승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존재감을 알렸으며, 유네스코, UN행사, 아시안 게임, 한미 동맹 60주년 등 국제 행사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수영아트트레이드에서 후원하는 안드레아 과르네리 1683으로 연주한다.

바이올린 신지아
바이올린 신지아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서곡, Op. 9

19세기 오케스트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작곡가는 단연코 베를리오즈였다. 그는 여러 서곡들을 남겼는데 이 곡들은 실제로 오페라의 막이 올라갈 때 사용될 용도로 작곡되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오페라의 내용과 상관없이 연주회용으로 작곡되기도 했다. ‘로마의 사육제서곡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836년 베를리오즈가 내놓은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는 통렬한 실패였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그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여러 선율들을 모아서 새로운 곡인 로마의 사육제서곡을 작곡했다. ‘벤베누토 첼리니의 실패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1844로마의 사육제의 파리 초연은 엄청난 성공이었다. 성공의 비밀은 이탈리아 민속 춤곡인 화려하고 경쾌한 살타렐로 리듬을 배경으로, 금관악기를 십분 활용한 베를리오즈의 시원한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었다. ‘벤베누토 첼리니에서 가져온 사랑의 이중창 선율을 활용한 시작 부분의 잉글리시 호른의 아름다운 독주도 이 작품에 독특한 색감을 입혔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Op. 35

187710, 차이콥스키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달여 만에 끝장이 나버린 결혼은 그에게 삶의 환멸과 우울증만 남기고 말았다. 그런 시기에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그에게 유일한 도피처이자 위로였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그의 대표작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교향곡 제4번 그리고 오늘 연주되는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거짓말처럼 우울증을 겪는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나 바이올린 협주곡은 자신에게서 작곡을 배우던 학생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코테크의 도움으로 가능한 곡이었다. 그를 통해 차이콥스키는 이 협주곡의 열정적인 바이올린 파트를 쓰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나중에 곡은 헝가리 출신의 명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당시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의 교수였던 레오폴드 아우어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나 아우어는 이 곡을 받자마자 솔로 파트를 수정하기 시작했고(오늘날 아우어가 수정한 솔로 파트는 널리 연주되고 있다), 곧 차이콥스키의 신곡은 '연주불가'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술적인 난이도는 악소문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이 사태를 수습한 것은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브로츠키였다. 그 덕에 이 곡은 우여곡절 끝에 1881년 비엔나에서 초연될 수 있었다. 당대의 유명 평론가이자 음악학자였던 한슬릭은 이 곡을 두고 "나쁜 냄새가 난다"라는 혹평을 남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곡이 지닌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오늘날 가장 화려하고 차이콥스키적인 감수성을 머금은 곡으로 연주회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이 되었다.

 

김택수, 오케스트라를 위한 더부산조

최근 한국 창작음악계에서 작곡가 김택수의 작품 활동은 독보적이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반경을 점차 넓혀가는 그의 작품 세계에 있어 한국’, ‘기억’, ‘유희등의 키워드는 전방에 놓인다. 이러한 키워드들이 그간 한국 작곡가들에게 있어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택수의 작품 세계가 주목을 받는 점은 그가 이러한 키워드를 대하는 태도와 그 결과로 생산되는 사운드일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작곡가들을 짓누르는 문제처럼 여겨졌던 민족 이데올로기가 주는 무거움의 자리에는, 유머, 게임, 풍자, 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같은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자리잡는다. 코리안심포니의 위촉으로 2017년 초연된 더부산조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 연주하는 산조의 줄임말인 더부산조는 한국의 여러 가야금 산조를 서양 오케스트라의 쇼피스로 재탄생시킨다. 오래된 전통이 주는 무게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꿈꾸듯, 산조는 만화경처럼 변화하는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통해 변화무쌍한 작곡의 잠재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스트라빈스키, ‘불새모음곡 (1919 버전)

오늘 연주회의 장대한 피날레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가 장식한다.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가장 앞선 생각을 가진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파리에는 러시아의 민속 문화가 그들의 영감의 자양분이 되고 있었다. 20세기 초반 유럽을 뒤흔든 발레 뤼스의 흥행사 디아길레프가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러시아 색채가 가득한 발레 작품으로 파리를 뒤흔드는 야심찬 기획을 하고 있었다. 그가 러시아의 오랜 옛 이야기인 불새 이야기를 소재로 한 발레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때, 그의 마음 속으로 점찍은 작곡가는 리아도프였다. 꼼꼼하고 세심한 작업으로 유명했던 리아도프의 작업은 너무도 진전이 없었다. 예정된 공연 일정이 다가오자 디아길레프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리아도프의 작업을 멈추게 하고, 눈여겨 두었던 무명의 신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에게 작업을 넘겼다.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를 천재일우, 하늘이 준 기회로 변모시킨 것은 스트라빈스키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십분 활용했고, 중간 중간 발레 뤼스의 스타 안무가 미하일 포킨과 긴밀하게 상의하며 공동 작업을 했다. 한 부분이 완성되면 음악은 그 즉시 발레단으로 넘겨졌고, 이들의 신작 불새는 그렇게 19106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디아길레프는 깡마르고 소통이 쉽지 않았던 젊은 스트라빈스키에게 내일 아침이면 당신은 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발레 불새는 무명의 스트라빈스키를 20세기 초반 파리 예술계의 총아로 만들어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스트라빈스키가 발레에서 몇 장면을 모아서 1919년 연주회용 모음곡으로 만든 버전이 연주된다.

 

예매·문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www.koreansymphony.or.kr) 또는 전화(02-523-6258)

 

전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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