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매일 아침 진료실에 도착하면 머리가 아픈 환자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두통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나도 두통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두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머리가 아프면 병원까지 갈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전체 인구의 70-80%가 일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경험하기 때문에 두통을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상시 두통의 빈도가 잦은데 제때 조절하지 않을 경우 만성두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두통의 강도가 아주 심하거나 발열, 울렁거림,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동반할 경우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보면 뇌졸중, 뇌종양, 뇌혈관질환 등의 중추신경계 이상이 꽤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실제 발생 빈도가 통계보다 훨씬 높다고 느끼는데, 그 이유는 두통으로 우리 뇌신경센터에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중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명은 대학병원에 의뢰하여 시술 혹은 수술을 받고 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두에게서 꼭 중대한 이상이 발견되는 건 아니다.
우선 두통의 종류를 알아보자. 두통은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일차성 두통은 정밀한 MRI 검사 등을 시행하여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가장 흔한 편두통과 긴장형 두통, 군발성 두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뇌종양, 뇌출혈, 뇌혈관질환 등의 구조적 뇌질환과 발열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 혹은 약물과 알코올에 의한 두통 등은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로 이차성 두통이라 지칭한다.
편두통(偏頭痛)은 명칭과 달리 꼭 한쪽(偏)에만 통증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편두통 환자는 두통 발작 시 통증이 매우 심해 일상 생활이 어려울 수 있는데, 빛이나 소리 자극에 의해 두통이 심해지기도 하고, 메스꺼움이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심한 동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변 환경이나 몸 컨디션에 민감해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실제로 진단해보면 편두통 환자인 경우가 많다.
긴장형 두통은 머리 전체를 둘러싸며 조이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간혹 한쪽 부위에서만 발생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 피로, 혹은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몇 시간에서 몇 주 이상 지속되는 군발성 두통은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과 함께 눈물과 눈 충혈, 땀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동반된다.
두통은 신경과 의사의 정밀한 문진과 진찰을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의 경우 진단 및 치료 방법, 그리고 예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잘 구별해야 하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잘못된 내용을 보고 헤매거나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만약 두통이 의심스러우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러면 MRI, CT, 뇌혈류 초음파, 뇌혈관 조영술 등 자신에게 어떤 검사가 필요한 지를 확인해주고, 알맞은 치료와 예방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특히, 두통의 빈도가 갑자기 늘어나서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의 두통이 생겼다면 뇌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일차성 두통이라 하더라도 평소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피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러 일상생활 속에서 두통으로 인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통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증상이다 보니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일상생활의 유지가 어렵고 평생 신경학적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프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두통으로부터 편안해지는 생활을 시작하기 바란다.
글 | 김혜원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신경근전도 및 유발전위 인증의,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