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지난 설 명절에 올레tv에서 우연히 무료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 조직 두목을 잡기 위해 미 해병대 상사가 숱한 어려움과 실패를 겪는 영화 <스나이퍼 얼티메이트 킬>이라는 영화였는데...
첫 장면부터 귀에 익은 클래식 노래가 흐른다. 이탈리아 루카 출신 작곡가 알프레도 카탈라니(Alfredo Catalani, 1854~1893)가 쓴 오페라 <La Wally>의 1막에 나오는 아리아 ‘나 멀리 떠나리’(Ebben, Ne andro lontana)였다(초연은 1892년 1월 20일 밀라노 라 스칼라). 아리아의 내용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하겐바흐를 찾아가려는 주인공 왈리가 부르는 노래이다.
스위스 알프스가 배경인 이 오페라는 마지막에 안타깝게도 하겐바흐가 눈사태로 떠내려가고 이어서 왈리가 스스로 몸을 던짐으로 둘 다 죽음을 맞게 되는 내용이다. 오페라 <라 왈리>는 지금은 거의 공연이 되지 않고 있지만 아리아는 콘서트 레퍼토리로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 <라 왈리>는 1892년에 작곡된 카탈라니의 다섯 번째의 오페라이다. 그의 작품은 진정한 시적 정신의 발로, 낭만주의적 발상, 바그너와 프랑스 음악의 영향을 받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탈라니를 숭배했던 20세기 명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는 자기 딸에게 왈리라는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이 곡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화 <디바>(1981)와 조나단 드미 감독의 영화 <필라델피아>(1993)에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요즘 남미 콜롬비아에 대한 관심도 생겼지만 평소 잘 알고 있던 노래가 영화에서 흐르니 반갑고 더 흥미로웠다.
작곡가 카탈라니가 태어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 루카(Lucca)는 유명한 작곡가 푸치니(G.Puccini)와 보케리니(Luigi Bocherini)의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 카탈라니는 푸치니와 쌍벽을 이룬 작곡가였지만 푸치니처럼 빛을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오페라 흥행을 주도했던 출판사 ‘리코르디’의 푸치니에 대한 편애 때문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지리적으로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Firenze)와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Pisa) 사이에 자리한 루카(Lucca)는 자연의 멋과 어우러진 16세기 성벽과 해자를 보존한 중세도시국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도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오페라 <La Wally>의 아리아 ‘Ebben, Ne andro lontana’가 계속 뇌리(腦裏)에 남았다.
글 | 전동수 발행인
음악평론가, 코러스나우 예술감독, ITALIAN FILM & ART FESTIVAL 고문,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