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김선태의 세계에서 회화는 사고와 의도의 사전적인 설계를 구현하는 이차적인 것이 아니다. 회화는 지금 일어난 사건의 즉시적인 기록이거나 사건 자체가 된다. 작가는 작품의 외부에 머무는 제3자, 목격자가 아니라 그 사선에 전적으로 투입된다. “작품에 몰두할 때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몰입의 밀도다. 작가는 그것을 시작하고 진행시키지만 어떻게 끝나는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끝나기는 하는 것일까? 그조차도 불분명하다. 아마도 아실 고르키Asrhile Gorky를 환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무언가를 끝낸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나는 작품을 끝내지 않습니다. ……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림이란 끝장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내가 해야 할 일이란 항상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지 결코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선태의 회화에서도 완성은 낯선 개념이다. 이 세계는 완성이 아니라 불확실성으로의, 열린 개방성으로의 지속적인 투입으로 나아간다. 여전히 길을 찾고 있음의 우직함으로, 그리고 오브제의 미학에서 ‘도상途上의 미학’으로의 선회다. 배열과 구성의 감각적 음미, 시간적 조화나 파열로부터 오는 지각의 유희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식, 존재와 존재 너머의 존재에 대한 어떤 통절한 갈증, 자아와 인격이 저 밑과의 희미하지만 자명한 대면으로의 이끌림. 지금도 여전히 김선태가 그 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와 관련된 것이리라.
존재와 존재 너머로의 한 우직한 개방 中 발췌-심상용(미술사학 박사, 서울대학교 교수)
그림 | 김선태
■ 1993 프랑스 파리국립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88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학과 대학원 졸업,198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개인전 27회, 2인전 1회, 단체전 다수 ■ 2016 제주도 국제 아트센타 레지던시, 2015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2004 국립고양미술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전국창작스튜디오 연합 워크숍, 1997 문예진흥원 1기 입주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