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김선우의 화면은 이상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동그란 눈을 가진 새가 정글을 누비다 밤하늘 아래에 앉아 별똥별을 감상하고, 영화 <라라랜드>와 <UP>의 주인공으로 분해 여행을 떠난다. 와유(臥遊)를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내막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화면 속 새는 멸종된 도도새이자 꿈을 잃고 부유하는 이 시대 청년의 자화상이다.
작가가 우연히 마주한 도도새에게 동질감을 느낀 건 우연이 아니다. 꿈과 현실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청년 김선우는 현실에 안주해 멸종한 도도새를 보았을 때 감정의 동요를 느낀 듯했다. 도도새처럼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고 싶지 않았다. 그 해답을 찾고자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기로 했고 도도새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모리셔스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땅은 초조함을 안겨주었지만 불안은 점차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익숙함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곳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새 시각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헤매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통로다. 김선우도 도도새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자신과 세상을 다시금 바라보았고, 그 방황은 시간 낭비가 아닌 성찰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도도새를 그리는 건 자유와 꿈을 이루려는 열망을 향한 헌사일 것이다.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존재를 캔버스에 부활시켜 여러 행위의 주체자로 삼으면서 방황을 재정의하고 나아가 표류하는 청년 세대에게 이상을 잃지 말자는 경험 어린 격려를 건넨다. 여행에서 삶의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 자신처럼 말이다.
이효정 <아트나우> 에디터
그림 | 김선우
김선우는 201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17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런던과 로마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열린 대형 아트페어에도 다수 초청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 및 국내외 주요 콜렉터에게 소장되어 있다. 주요 작업 방식은 전통적인 회화의 형태로 나타나는 작업들이지만, 작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공공 디자인, NFT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업 영역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가나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며, 모교인 동국대학교 전공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