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루꾸꾸 팔로마

 

[아츠앤컬쳐] 예로부터 비둘기는 밤꾀꼬리나 백조, 벌새와 같이 ‘사랑’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많은 예술가의 작품에는 이 새들과 연관된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신혼의 밤을 보낸 두 연인의 대화에 밤꾀꼬리가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는 마법에 의해 백조로 변한 오데트와 지그프리트의 사랑이 그려져 있고, 쇼숑의 가곡에도 붉은 아소카 나무에 반해 사랑을 마시고 죽어가는 벌새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비둘기 또한 수많은 작품에서 언급되는데, 특별히 라틴음악에서 비둘기는 사랑의 전령사로 통한다. 이는 멕시코의 대표 가요인 ‘꾸꾸루꾸꾸 팔로마’와 같이, 구슬프고 처량한 비둘기의 울음소리와도 연관이 있다.

‘꾸꾸루꾸꾸 팔로마’는 멕시코의 전통음악 중 하나인 와팡고(huapango) 스타일의 가요로, ‘구구구 우는 비둘기’로 해석된다. 1954년 멕시코의 유명 작곡가이자 가수인 토마스 멘데스(Tomás Méndez)가 발표하여 사랑받았는데, 무엇보다 비둘기 소리를 의성화한 후렴이 매우 매력적이다. 가사는 ‘사랑의 열병을 앓다 죽어간 한 남자가 비둘기가 되어 여인의 집 근처에서 노래한다’는 내용으로, 후렴의 ‘꾸꾸루꾸꾸 팔로마’는 남자의 마음을 대신하며 연민을 자아낸다.

“이른 새벽 비둘기 한 마리가 작은 집 열린 문가에 앉아

구슬프게 노래하네. 사람들은 알고 있지.

그의 슬픈 영혼이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노라고...”

“구구구 우는 비둘기야. 구구구 울지마렴.

길 가의 돌멩이가 어찌 사랑을 알 수 있겠니?!”

대부분의 와팡고 가락들은 북부의 전통음악인 노르테뇨(Norteño)에서 출발해 중동부의 아스테카 지방으로 옮겨 주류를 형성했다. 초기 노르테뇨 음악에는 유럽 이민자들의 음악과 악기가 그대로 전수되었는데, 이는 와팡고를 비롯해 란체라(Ranchera), 레도바(Redova), 코리도(Corrido), 폴카(Polka)의 탄생에 디딤 목이 되었다. 와팡고의 어원은 나와틀(Nahuatl)족의 언어로 ‘신발로 차다’를 뜻하는 ‘자파테아도(zapateado)’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로 미루어 춤과의 동반상생을 추측할 수 있다.

와팡고의 특징은 반복적인 리듬패턴과 그 위를 오르내리는 장조와 단조의 변화, 그리고 진성과 가성의 교대사용에 있다. 와팡고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마리아치’들의 연주에서 드러나는데, 거리의 악사인 이들은 멕시코 전통의상을 두른 채 기타와 5줄 기타인 와팡게라(huapanguera),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며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Mariachi_Guadalajara_en_Puerto_Rico
Mariachi_Guadalajara_en_Puerto_Rico

멕시코의 전통이 숨쉬는 ‘꾸꾸루꾸꾸 팔로마’는 1954년의 발표 이래 수많은 스크린의 삽입곡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55년 곤잘레스(Rogelio González)감독의 코미디 <부랑자들의 학교(Escuela de vagabundos)>를 시작으로, 1965년 델가도(Miguel Delgado)감독의 동명 영화 <꾸꾸루꾸꾸 팔로마>에도 소개되어 은막의 스타 로라 벨트란(Lola Beltrán)의 인기를 재확인시켰다.

노래의 국제적 명성은 2002년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감독의 <그녀에게(Talk to her)>에서 실감할 수 있는데, 여기서 브라질의 국민가수인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는 마리아치 버전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사실상 ‘꾸꾸루꾸꾸 팔로마’는 1956년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취입 이래 루이스 미겔, 페리 코모, 나나 무스꾸리,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조안 바에즈 등 국적 불문하고 유명 가수들에게 커버되어 호사를 누렸다.

물론 ‘꾸꾸루꾸꾸 팔로마’ 외에도 ‘말라가의 아가씨(Malagueña)’나 ‘로가챠노(Rogaciano el Huapanguero)’, ‘아름다운 하늘(Cielito Lindo)’ 등 여러 와팡고 스타일의 명곡이 함께 인기를 누렸다. ‘꾸꾸루꾸꾸 팔로마’의 여러 버전 중 영원한 고전으로는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Los tres diamantes)의 음원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의 노래와 연주는 앞서 언급한 마리아치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조용한 보사노바에 특화된 귀를 지녔다면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벨로주의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오페라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órez)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라이브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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