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is Bacon's 1969 triptych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Christie's/Getty Images
Francis Bacon's 1969 triptych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Christie's/Getty Images

 

[아츠앤컬쳐] 2019년 12월 어느 날, 나는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Centre Georges-Pompidou에 있었다. 당시 악명 높은 프랑스의 교통파업을 알고서도 내가 파리를 결정한 것은 오로지 한 사람의 전시회 때문이었다. 역사적인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1909~1992"의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나는 그가 완성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동시에 살아생전에 가장 큰 영광과 명성을 얻은 화가였지만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비운의 예술가였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한 16세 이후에는 늘 불안과 극단적이고 암울한 내면의 고통을 안고 살아갔다. 그가 1927년 아버지를 떠나 베를린의 삼촌집에 머물면서 알게 된 프릿츠 랭. 세르게이 에이졘슈타인등의 영화 작품을 통해 예술성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된다.

이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공부하게 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 전화 교환원등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예술가적인 본성을 찾고자 한다. 

1933년 독학으로 완성한 작품 <십자가에 못박힘Crucifixion>을 발표하여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엄청난 악평에 시달렸다. 이런 과정속에 찾아온 심한 좌절과 깊은 우울감으로 인해 이때까지의 거의 모든 작품을 파괴한다. 1944년 완성한 작품 <십자가에 못박임을 기초로 한 3개의 습작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Crucifixion> 을 통해 큰 성공을 하게 된다.

그가 완성한 작품들의 특성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미래에 관한 묘사와 함께 자기 비판적 사고의 확신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늘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 형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핏빛과 오렌지색의 선연한 육체들이 갈기갈기 찢긴 듯한 이미지 속에서 관찰자들은 정육점의 고깃 덩어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문명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우리들의 육체는 그저 고깃 덩어리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83세의 나이로 스페인에서 신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500억원에 낙찰된 작품 <루치앙 프로이드의 세가지 습작>을 통해 현대 미술의 최고 작가이며 당시까지 가장 비싼 작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죽는 순간까지도 작업을 쉬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실패와 비극으로 끝이 난 그의 4번의 연애는 그에게 극도의 잔인한 인간의 면모를 생각케 했다고 파악된다.

다시 2019년 겨울, 파리의 퐁피두센터...베이컨의 그림 앞에서 나는 나의 딸과 대화 중이다.

7살 딸 : 아빠! 이 그림은 왜 내 가슴을 쿵쾅!쿵쾅! 만드는 거야?

나 : 시윤아~~그건 네가 처음으로 사람의 비극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7살 딸 : 뭔 소리인가요?

 

김남식
김남식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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