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이름난 천대광의 첫 번째 갤러리 전시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천대광 작가는 지난 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 앞 잔디광장에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뤄진 작은 ‘도시’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상적인 도시의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시 제목을 <집우집주>로 잡았었다. 작품들은 한국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Kabbalah)’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었다.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설명한 내용을 참고로 작가적 해석을 가미한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언제나 프로젝트 성격의 커미션 작업은 작가 특유의 창의적 발상과 사료적 연구를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또한 한 작품을 위해 여러 국가를 직접 여행하며 기록하고 수집한 자료에 역사, 경제, 기술, 문화, 기후 등 다양한 정보들을 집적함으로써 ‘한 시대의 거울을 대신한 작품’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속성을 집요하게 해석하고, 그 얽혀있는 관계성과 흔적을 재해석한 덕분이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익숙한 기물을 차용하면서도 새로운 문양이나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을 가미해 의외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천대광 스타일의 작품은 ‘조각×설치×건축적 영역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작품세계’로 정의할 수 있다. 다양한 관점의 예술적 개입과 실천이 재구성된 공간과 특정 장소에 대한 고찰과 탐구로 태어난 작품들이다. 특히 전시공간이 지닌 물리적이고 건축적 특성을 작가만의 고유한 감성으로 재해석해 작품과 가장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낸다. 그 때문에 작품이 놓인 장소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최상의 장소 특정적(site-specific)인 작업방식의 완성체’를 구현해내는 것이다.

천 작가에게 전시공간의 한계점은 중요하지 않다. 갤러리나 미술관 혹은 야외의 사적ㆍ공적 성격의 공원에 이르기까지 가장 안성맞춤의 성공사례 작품으로 연출해낸다. 아마도 전시 준비 과정의 치밀한 제작방식도 한몫할 것이다. 매 전시마다 새롭게 만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치밀하고 깊은 고찰과 탐구를 기반으로 작품설치에 들어간다. 그렇게 설치될 주변의 환경적 여건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관람객이 최대한 편안하고 친숙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작품의 연출방식은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개인전 <가볍고 희미한 빛> 역시 반투명 아크릴판을 레이저로 컷팅해 기하학적 구조물들을 만들었다. 다소 경직된 느낌의 첫인상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볼수록 따뜻한 감성으로 충만하다. 철저하게 계산된 구조적 완성체에 작가적 집중력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아크릴 재료라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재료의 질감과 은은한 조명 빛이 더해져 더없이 담백하고 감미로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3층 호리아트스페이스엔 조명 설치를 중심으로 40여 점이 선보이고, 4층 아이프라운지에는 드로잉 250점이 벽면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 마치 테마미술관에 방문한 듯 연출했다.

작가소개 | 천대광(1970~)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독일 뮌스터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했고, 마이크와 디억 뢰버트 교수에게서 마이스터 슐러 과정을 마쳤다. 2022 가볍고 희미한 빛(호리아트스페이스/AIF라운지), 2021 집우집주(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20 공간실험-해발 35M(양평군립미술관), 2013 건축주제전 “감각의 구축”(아르코미술관) 등 1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수상 및 레지던시프로그램은 2022 경기 시각예술집중조명프로젝트 공모 당선(경기문화재단), 2019 문화예술진흥기금 예술가해외레지던시, 독일 에니거 아트레지던시, 2017 공유도시 프로젝트 지원공모 당선(서울디자인재단), 독일 뮌스터 2005 Förder Preis 대상 수상 등 20여 건 이상이 있다. 현재는 서울과 양평에서 활동 중이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