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지금_천위에혼합재료,금박_60.6X45.5cm_2019-2022
보물,지금_천위에혼합재료,금박_60.6X45.5cm_2019-2022

 

[아츠앤컬쳐] 

"바닥은 모든 흔적과 상처. 기쁨의 탄생지이자 저장고. 비와 바람, 햇살의 리듬에 맞춰, 모든 유정과 무정은 바닥이라는 거대한 화판에 매 순간 그림을 그린다. 시간 속에서 그림은 하나의 얼굴로 바래가며 익어가고, 나는 화판 위에 이 얼굴을 기록하며 나의 표정을 비춰본다. 이렇게 땅과 하늘, 색과 공, 너와 내가 화판 위에서 서로에게로 스며든다." 박상남 작가

 

고중환(Kho, Chung-Hwan 미술평론가

작가는 길에서 정작 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사람들을, 그네들의 상처를,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흔적을 본다. 그리고 그 흔적을 떠낸다. 트라우마 즉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그리고 존재론적인 상처를 떠내는(회화적으로 재구성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흔적으로 남겨진 상처는 익명의 주제에 속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작가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려진 물음들에 맞닿아 있는 자기 반성적인 계기로 작용하며, 따라서 작가의 작업은 마치 자신이 걸러온 길을 거꾸로 추척하는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읽힌다.

보물,지금_종이위에혼합재료,금박_30.3X21.5cm_2022
보물,지금_종이위에혼합재료,금박_30.3X21.5cm_2022

 

Critickim 김종근

사람들은 예술은 지적능력이나 개념의 정립보다는 순수한 직관적 감성에 창조된다. 박상남, 그는 매일같이 길바닥 위를 걸으면서 미끄럼을 타는 그런 숙명적인 존재이다. 박상남은 거리의 무수한 많은 자국(tache)과 흔적(trace)들 사이를 오고 가며 도시의 많은 얼굴들, 패어져 있는 도로의 빗물 등에까지 그 감정들을 나누어 주고 있다. 거리의 상처가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박상남 때문이 아니라 박상남이 가슴 속 그 뜨거운 상처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물,지금_천위에혼합재료_45.5X37.6cm_2018-2022
보물,지금_천위에혼합재료_45.5X37.6cm_2018-2022

 

이희영/미술평론가

최근 박상남은 행인들이 밟고 지나는 거리의 바닥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에 걸리는 걸음연작(Le Pas Series)은 그 바닥에 관한 회화적 기록이다. …연상에 의존한 관람자의 판독은 자신의 경험으로 박상남회화의 외관을 옮긴다. 그래서, 발자국, 균열, 요철과 같은 현실의 의미들을 읽을 것이다. 이들은 곧 보도블록이란 인공물을 기록한 박상남의 노동력이 제공하는 성실함에 설득되고 그 표면을 스쳐 지나간 풍상과 기후의 시각적 징후들을 통해 시간을 단 한 장의 평면으로 복구해내는 박상남의 통찰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들의 판독은 회화를 고정된 매체로 두지 않고 자신의 삶과 비슷한 점을 찾아 들어간 결과이다.

작가소개 ㅣ 박상남(1961~)

박상남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한성대 서양학과, 프랑스 베르사이유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부산, 싱가포르, 폴란드, 프랑스 개인전 초대전 20여 회, 서울, 제주,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 단체전에 30여 회 참여하며 국내외 활동이 활발하다. 1987년 서울미술제 서울미술상, 1992년 프랑스 비트리 심사위원 공모전 입상, 2012년 문화예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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