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4 (수) ~ 1. 10 (화)
작가노트
어떠한 이유에서든 싸움과 전쟁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상황으로 다가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충돌하는 과정이며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진하는 원리>>는 대립과 조화에 관한 이야기를 세계를 이루는 가장 큰 분류인 동양과 서양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양귀비, 레몬, 소시지 등 동서양의 분쟁을 통해 오늘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전진하는 원리>>의 사물들은 불화가 생성해낸 결과물을 상징하고 서로 다른 것들의 충돌을 통해 이루어진 통합과 조화로움을 나타냅니다. 이들은 집안 내부 또는 그와 이어지는 마당 등 익숙하고 평범한 장소에 배치되어 불화 속 조화가 언제나 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각기 다른 사물들은 연출된 공간에서 다시 한번 어우러짐과 동시에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지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는 대립에서 오는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며 나아가는 세상 속 반복되는 이러한 과정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전진하는 원리>>속 사물들은 상반된 것들 간의 투쟁을 가장 일상적이지만 전부인 것으로 묘사하여 우리의 삶에 비유합니다. 이는 이러한 투쟁이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며 서로 대립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할 때 만들어지는 새롭고 발전된 세계를 제시합니다.
<<전진하는 원리>>는 이미 이 세계가 수많은 다양한 것들의 충돌로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을 보여주며 정체성의 정의와 온전함의 의미를 살피고 이러한 원리를 통하여 본 세상은 더 넓고 깊으며 희미한 차별만이 남음을 나타냅니다.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이크리스틴 작가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주류 문화와 소수 문화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정체성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삶의 경험은 예술작품 창작의 근원으로 수용된다. 일상적인 것들로 하여금 작품으로 구현하고 이를 통해 서로 대립되는 관계와 불화 속 새롭게 생겨나는 조화로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신작 ‘전진하는 원리’의 사물들은 기존 작업에서 나아가 오늘날의 정체성을 투영시킨 작품으로, 메인 작품인 거대한 시멘트 화분 속 빼곡히 꽂혀 회전하는 형태의 양귀비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불화 속 조화를 상징한다. 양귀비는 화분 안에서 깊이 뿌리를 내린 채 하늘을 향해 힘 있게 뻗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또한 각기 다른 색상의 양귀비를 하나씩 보면 서로 다른 종류 같지만 섞어놓고 보니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인다. 이는 작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수많은 다양한 것들과 섞여 만들어진 대립의 결과물임을 나타낸다.
특징적으로 회전하는 양귀비 주변은 창문이 나 있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안과 밖을 가르는 동시에 상반된 것의 대립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창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들여다보기를 유발하여 안과 밖 그리고 작품과 관람객이 상호작용을 통해 교류할 수 있도록 연출되어진다. 이를 통해 각자의 지각 내부에 표상된 풍부한 사유와 상상을 도출하고자하는 시도가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다양한 이동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여 본질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여러 영역에 걸쳐 경계 흐리기를 시도한다. 이는 결국 성별, 국가, 문화 등을 구분 짓는 것에 의문을 갖고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예술이라는 형태를 빌어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치를 확인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자신을 개입시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이는 작가의 유목적인 삶과 그에 따라 형성된 사상을 공유하며 다양성에 기반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품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이미지들을 머릿속에서 나열하고 결합한다면 일상 속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낯설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삶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수많은 낯설음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들로 조형화되어 존재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윽고 낯설음의 간격은 가까워지고 융화되어 대립과 충돌의 경계를 흐린다.
작가약력 l 이크리스틴
Royal College of Art, London, UK - Sculpture MA 2018 - 2020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USA - Graphic Design BFA (Honors) 2009 - 2013
개인전
2023 전진하는 원리 - Gallery DOS, Seoul, South Korea
2021 노란바람 - H Contemporary Gallery, Seungnam, South Korea
단체전
2022 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Seoul, South Korea 외 6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