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ncestor". (Copyright: © 2020, Estate of Leonora Carrington
"The Ancestor". (Copyright: © 2020, Estate of Leonora Carrington

 

[아츠앤컬쳐]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는1917년 영국 태생의 작가 레어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소설 제목인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를 주제어로 선택하였다.

캐링턴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마지막으로 멕시코에 정착하여 아일랜드 출신의 멕시코 예술가로 기록된 사연 많은 작가이다. 그녀는 평생 한 남자의 사랑 안에서 고통받고 행복해했으며 그리워하다 자신의 해방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녀가 태어난 영국에서 어린 시절 유모에게 자주 들어왔던 동물, 신화, 환상, 마법 등의 이야기가 훗날 멕시코의 전설과 마야문명의 환상주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만의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캐링턴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59회 비엔날레는 영적인 것과 신화에 관한 관심, 환경, 여성 예술가 등 많은 논쟁거리 중에서도 키워드는 여성이었다. 캐링턴은 미술사에서 20세기 마지막 초현실주의자로 기록되어 있다. 동시에 1973년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여 여성 해방과 여성의 권리를 추구한 진정한 여성운동가였고 남성들에게 선전 포고하듯 누구의 뮤즈가 될 시간도 없었어요.라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진정한 여성운동가였기에 베니스 비엔날레의 선택은 그 의미가 분명하다.

그녀의 1969년 작품 <조상The Ancestor>은 그녀가 멕시코에서 목도한 비극적인 사건과 자신의 유년 시절의 환상적 기억, 그리고 마야문명의 신비적이고 주술에 가까운 많은 것들이 가미된 작품이다. 중앙의 괴기스러운 인물 주변에 4마리의 영적인 동물 형태의 존재가 에너지를 가두고서 관찰자를 지켜본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분명 정지된 이미지인데도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착시까지 나타나서 잠시 현실에서의 초현실을 경험하는 순간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21세기 마지막 초현실주의자였던 레어노라 캐링턴은 2011년 5월 25일 94세의 나이로 멕시코시티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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