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polis, Constantinos Kollias-unsplash
Acropolis, Constantinos Kollias-unsplash

[아츠앤컬쳐]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한가운데에 서있는 높이 156m의 바위 언덕이다. 그러나 이 바위 언덕은 서양 문명의 기원이 되며 민주 정치 체제가 시작된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단순화하여 지나칠 수가 없다. 이곳은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하여 신화와 역사가 깃든 웅장한 건축물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여신 아테나에 바쳐진 것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장엄한 구조물이며 고대 그리스 건축예술의 걸작으로 상징성이 크다. 이를 칭송하는 것도 폄하하는 것도 개인의 관점이지만, 어느 면으로든 지속적으로 언급된다는 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 

Παρθενών, Patrick-unsplash
Παρθενών, Patrick-unsplash

아크로폴리스에는 파르테논 신전과 프로필라이온, 아테나 니케 신전, 에레크테이온 신전 등 수많은 유적이 있다. 이 유적 중에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같은 경우는 지금도 콘서트나 오페라가 공연되지만 대부분 온전하지 못하고 폐허 상태로 남아 있는데, 그 시초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의 침략으로 당시 도시가 약탈당하고 신전들이 불태워졌다고 한다. 이후에도 기원전 404년 스파르타의 점령 당시 아테네와 외항 피레우스를 둘러싼 긴 성벽이 파괴되었다. 267년에는 헤룰리족이 침공하여 유적에 손상을 입혔고, 동로마제국 시대에 들어서면 신전이 교회로 사용되었으며, 예술 작품도 콘스탄티노플로 약탈되고 만다.

1456년 오스만튀르크가 점령한 후에 또 다시 이곳은 모스크로 변모했고, 다른 신전은 총독의 처소로 사용되었다. 17세기말 베네치아공국이 침략하여 오스만튀르크와 전쟁을 벌일 때, 터키인들이 파르테논 신전을 화약고로 사용하다가 폭발사고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Elgin_Marbles_British_Museum
Elgin_Marbles_British_Museum

19세기에는 당시 주오스만튀르크 영국 대사 엘긴이 신전 외벽 상단의 대리석 부조 조각을 떼어 반출했다. 지금은 대영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데, 문화재 소유에 관해 큰 이슈가 되어 엘긴 마블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금도 문화재 환수에 관하여 영국은 “적법하게 산 것이다”는 반면에, 그리스는 “훔친 물건에는 소유권이 있을 수 없다”며 맞서다가 올해 다시 반환 논의를 시작했으나, 난항을 겪으며 여전히 영국에 있다.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는 역사와 적절하게 뒤섞여 신화 속 주인공들이 실제 역사에도 등장하는 등 마치 그리스가 신계에 속하는 나라인 것처럼 웅장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신과 우주관, 종교, 정치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리스 외에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곳곳에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상징하는 신전과 기념물이 많이 있다.

일례로 서양의 중심인 유럽에 관한 신화가 있다. 아름다운 에우로페를 보고 사랑에 빠진 제우스가 소로 변신하여 다가가 에우로페가 소 등에 올라탄 순간, 바다에 뛰어들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이때 다닌 지역이 에우로페(Europe), 즉 지금의 유럽이다. 그래서인지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인 그리스가 수백년간 오스만튀르크의 지배하에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리스가 다시 독립하도록 많이 도왔다고 한다.

암만 헤라클레스 신전
암만 헤라클레스 신전

또한, 요르단 암만도 헤라클레스가 12가지 과업을 이루는 과정에서 지나간 곳으로 이를 기념하여 2세기에 아랍 속주의 총독 게미니우스 마르시아누스가 지은 신전이 있고, 스페인 갈리시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인 헤라클레스 타워(Torre de Hércules)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헤라클레스는 폭군 게리온과 3일 밤낮을 싸워 이기고, 그의 머리를 묻고 그 자리에 도시를 건설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갈리시아의 조상 Breogan왕과 Hercules Tower
갈리시아의 조상 Breogan왕과 Hercules Tower

또한, 바다 이름에 관한 그리스 신화가 있다.

제우스는 또 아르고스 땅 레르나 강가의 이오를 보고 한눈에 반했는데, 부인인 헤라가 분노하자, 제우스가 급하게 이오를 소로 변모시켰다. 헤라가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소로 변한 이오를 감시하도록 했으나,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보내어 아르고스를 죽여버리자, 헤라가 다시 쇠파리를 이오에게 보내어 괴롭혔다. 이오가 따가워 도망다니며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게 되는데, 그때 건너간 바다를 이오의 이름을 따서 이오니아해라고 한다. 보스포루스해협은 이오가 이스탄불을 거쳐 흑해로 도망가며 건넌 해협인데, 보스는 암소, 포루스는 건넌 길이라는 뜻이다. 

Isis
Isis

이오는 이집트에 가서 여신이 되었는데 이집트에서는 이시스라고 부른다. 이시스는 이오를 뜻하는 듯 머리 위에 소뿔이 달린 관을 얹고 있다. 

즉, 그리스의 신 제우스는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많은 애정사를 통해 지중해를 둘러싼 전 지역에 찬란한 문명을 창조한 셈이다.

편집부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