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숭고한 의지의 상징

석창우, Cycling 2019-19, 화선지에 먹, 77×103cm, 2019
석창우, Cycling 2019-19, 화선지에 먹, 77×103cm, 2019

[아츠앤컬쳐] 석창우 화백이 ‘경륜(競輪)’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경륜(競輪)은 ‘자전거 경주’를 일컫는다.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자전거 경주’이다. 말 그대로 분명한 승패가 있고, 경우에 따라선 순위에 의한 배당금이 오가는 오락성 레저스포츠이기도 하다. 이미 1888년 덴마크에서 시작됐을 정도로 역사도 깊다. 한순간의 휴식이나 한 치의 오차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냉철한 승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종목이다. 그래서 흔히 인생의 여정에 비유되곤 한다. 일단 출발한 이상 종착점까지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다.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 숙명의 순간까지 어떻게 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석창우, Cycling 2019-27, 화선지에 먹, 33×24cm, 2019
석창우, Cycling 2019-27, 화선지에 먹, 33×24cm, 2019

흔히 석창우 화백을 가리켜 ‘대한민국 제1호 의수(義手)화가’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닌다. 전기기사로 일하던 29세 때 현장 작업 중 2만 볼트의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신체적 장애는 부끄러움이 아니다. 오히려 양팔이 온전했던 전기감전 사고 이전의 30년보다, 사고 이후 화가의 길을 걸어온 30년의 삶이 더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의수가 드러나는 민소매를 익숙하게 입은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나, 의수 갈고리에 붓을 꽂고 선보이는 자유분방한 붓놀림은 보고 있으면 절로 에너지가 샘솟는다. 평소 “사고로 인해 수묵화에 입문하고 수묵크로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보낸 힘겨웠던 시간들마저 하느님의 섭리이고, 계획해 놓으신 삶의 여정”이라고 말하는 긍정적 신념은 자신감 넘치는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구심점이다.

석창우, Cycling 2019-45, 화선지에 먹, 21×21cm, 2019
석창우, Cycling 2019-45, 화선지에 먹, 21×21cm, 2019

석 화백은 마치 ‘일필휘지(一筆揮之)는 석창우를 위한 말’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필법을 완성해내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도 그만큼 ‘필묵을 가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수묵크로키는 ‘짧은 순간에 수없이 모습을 바꾸는 대상의 본질적인 특징과 기운을 포착하는 순발력’이 관건이다. 그것도 마음대로 운용하기 힘든 모필(毛筆)로 해내기란 더욱 수월치 않다.

Cycling 2019-38, 화선지에 먹, 24×18cm, 2019
Cycling 2019-38, 화선지에 먹, 24×18cm, 2019

그러나 석 화백은 이미 웬만한 국내외 굵직한 행사의 개막 이벤트를 도맡을 정도의 인기 작가이다. 가령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주목되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올림픽 성공 기원을 위한 ‘석창우의 드로잉 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Cycling 2019-23, 화선지에 먹, 24×18cm, 2019
Cycling 2019-23, 화선지에 먹, 24×18cm, 2019

이렇듯 석창우 화백은 ‘대중과 혼연일체를 이룰만한 완벽한 시연(試演) 실력을 갖춘 작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찰나에 대상의 혼을 훔치는 신비로운 재주를 지닌 그가 만인의 경외와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스포츠의 한 장면을 현장에서 생중계해 주듯 박진감 넘치게 시연해낸 장면들은 수많은 관객과 매스미디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운동선수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날 정도의 생동감은 남다른 감명을 전한다. 여기에 삶의 올바른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을 짤막한 메시지를 적어 넣기도 한다. 그것은 삶에 대한 간절함이자 확고한 신념을 대변한다. 또한 삶의 숭고한 의지가 담긴 예술혼의 결과물이다.

Cycling 2019-26, 화선지에 먹, 33×24cm, 2019
Cycling 2019-26, 화선지에 먹, 33×24cm, 2019

석창우 화백은 매번 선보이는 작품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다. 마치 온갖 ‘역경이나 고난마저도 내게 성취감의 행복을 주기 위해 마련된 선물’이라고 전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새로운 희망’이 불현듯 불끈 솟는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듯싶다. 경륜을 테마로 한 석창우 화백의 신작은 세종특별시에 소재한 건설사 비오케이(BOK) 사옥에 마련되는 비오케이아트센터 개관기념전(2019.10.25.~2020.1.10)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소개 | 석창우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국내외 개인전 42회(미국 3회ㆍ독일 2회ㆍ중국 4회ㆍ프랑스 2회ㆍ영국 1회 등)와 제8회 취리히 아트페어를 포함한 260여 회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2014 소치동계장애인올림픽 폐막식 등 190여 회(해외 퍼포먼스 47회 포함)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특히 국내외 방송 출연은 일본 NHK 뉴스ㆍKBS1 열린음악회ㆍ강연100도Cㆍ아침마당ㆍ한국한국인ㆍSBS스타킹ㆍMBN황금알 200회 특집ㆍ2011. 01 浙江电视台 中韩对抗 第一场 天下达人秀 韩国无臂画家 등 100여회 이상이다. 더불어 중학교 미술 교과서 3곳과 도덕 교과서 1곳 및 중학교 체육지도서 1곳, 고등학교 스포츠문화, 고등학교미술이론 1곳, 고등학교미술교과서 1종 등 8종의 교과서에 게재되었다. SK 브로드밴드 CF출연과 2018 평창패럴림팍폐막식 성화소화전 퍼포먼스 등도 진행했다. 현재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필자소개 | 김윤섭
미술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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