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ip Mirazovic
[아츠앤컬쳐] 발트 3국 지역의 현대미술을 리서치하는 연구자로서 작년부터 키아프, 아트부산과 같은 국내 메이저 아트페어에 진출한 라트비아 갤러리 레이지 마이크(Lazy Mike)의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겨울 라트비아 사진 미술관 ISSP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하면서 직접 만난 갤러리의 설립자 미하일 오브차렌코(Mikhail Ovcharenko)와 대담에서 “레이지 마이크는 다양한 세대와 개념적 직관을 가진 국제 예술가들을 대변하고, 예술은 도덕적 성장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받았다. 금년 키아프에서 레이지 마이크 부스는 90년대 초반부터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르비아 출신 아티스트 필립 미라조비치(Filip Mirazovic)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미라조비치는 전통과 실험을 병행하는 구상 회화의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주제가 확고하며 도상은 다소 고전적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자연의 빛이 투영된 실내 공간을 묘사하며, 화폭 안에 배치된 오브제와 인물들은 상징적이거나 우의적인 역할을 한다. 미라조비치는 권력의 공간, 서구 보수주의, 그리고 회화적 실천의 상태에 대한 고찰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작가는 회화를 매개로 현실을 재창조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탈인간적 세계를 구축하는 연금술사의 역할을 취한다. 대리석, 도자기, 가죽 소파 등 도상 속 오브제들은 인간성을 구속하는 ‘불편한’ 껍질로 대변된다. 가령, 대리석의 결은 혈관이 되고, 델프트 블루 도자기는 문신을 나타내며, 반짝이는 가죽은 저항력이 있지만, 죽어 보이는 피부를 상징한다. 미세한 흠집, 그리고 각각의 조각들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자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금년 서울 아트위크 기간에 맞추어 레이지 마이크는 한국 미술계의 가장 주요한 거점인 삼청동에 새로운 갤러리 스페이스를 정식으로 오픈했다. 레이지 마이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 뉴욕에서 열리는 나다(NADA) 페어에 참여해 판매 수익의 50%를 우크라이나 긴급 미술 펀드에 후원하고, 시각 예술 교육분야를 지원하는 등 예술 사회공헌 활동에도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글 | 최태호
청년예술가와 자립준비청년을 후원하는
비영리 문화예술단체 햇빛담요재단의 아트 디렉터
iam_taeho@naver.com

